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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가시 같았다. 내뱉는 족족 내 마음의 연약한 곳에 박혀 생채기를 냈다. 분명 아파야 하는데, 그 가시가 박힌 자리를 타고 전해지는 그의 체온에 자꾸만 마음이 흔들렸다.
밉다, 원망스럽다,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수천 번을 되뇌었던 다짐들이 그의 떨리는 손끝 하나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끝까지 나쁜 놈이지 그랬어. 왜 이제 와서 그런 눈을 하고 사람을 흔들어?"
나는 젖은 목소리를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도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와,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지막이 읊조렸다.
"가시 돋친 말이라도 해줘서 고마워, 우리야. 무관심보다 그게 훨씬 낫네."
"오빠...!"
"네 마음이 흔들리는 거 보여. 내 가시적인 말들이 네 안에 어떻게 박히고 있는지도. 그러니까 도망치지 마. 이번
겨울은 내가 네 숨을 막는 게 아니라, 네 숨을 지키러 온 거니까."
도현의 손이 마침내 내 어깨에 닿았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오직 그의 손바닥에서만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나는 그를 밀쳐낼 힘조차 잃어버린 채, 밀려오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건 파도일까, 아니면 여태껏 굳건하다고 믿었던 나의 증오일까.
도현의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내 심장은 비명이라도 지를 듯 요동쳤다. 그의 체온은 가시적인 말 뒤에 숨겨진 진심처럼 뜨거웠다. 무너질 것 같은 내 마음을 나조차 감당하기 버겁던 그때, 멀리서 낯익은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한우리!"
그 소리에 마법이라도 풀린 듯 도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멀리서 검은색 SUV 한 대가 모래사장 근처에 급히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이곳 바닷가 마을의 유일한 보건소 의사인 '재하'였다.
"전화는 왜 안 받아? 한참 찾았잖아."
재하는 내 어깨를 감싸 쥐며 자연스럽게 도현과 나 사이를 갈라놓았다. 재하의 시선이 차갑게 굳어 도현을 향했다. 도현의 얼굴에 머물던 그 쓸쓸한 미소 역시 순식간에 사라지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 씨 아는 사람입니까?"
재하의 물음에 도현은 대답 대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 남자는 누구냐'라고 묻는 듯한 강렬한 시선. 나는 재하의 옷깃을 꽉 쥐며, 도현을 외면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그냥 길을 묻더라고."
그 순간, 도현의 입가에 묘한 비웃음 섞인 세 번째 미소가 걸렸다. 아까보다 훨씬 더 차갑고 날카로운 미소.
"모르는 사람이라... 거짓말은 여전하네, 한우리."
재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겨울 바다의 파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