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묻는다. "어디 가세요?"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걷고 있을 뿐이다. 목적지 없이, 이유 없이, 방향 없이.
방향 없이 걷는다는 것은 자유일까, 아니면 방황일까? 때로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기대에도, 도착해야 할 의무에도 묶여있지 않다는 사실. 하지만 대부분은 끝을 모르는 방황이다.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과,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불안함이 나를 짓누른다.
세상은 명확한 방향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확고한 걸음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홀로 이 인파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그냥 쉬는 중이에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들의 눈빛은 끊임없이 묻는다. '언제까지?' '그다음엔?' '계획은?' 이 질문들보다 더 시끄러운 건, '나는 지금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내 안의 불안이다.
방향 없이 걷다 보면 같은 곳을 여러 번 지나친다. 같은 길, 같은 벤치, 익숙한 풍경.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답답함. 발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정말 같은 자리일까? 같은 길을 걷더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느끼는 감정은 매번 새롭다.
어쩌면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걷는 행위 그 자체가 의미일 수도 있다. 멈춰있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간절한 몸부림.
방향이 없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해진 길에 갇히지 않고, 예상치 못한 우연을 만날 수 있는 여백.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려 애쓰지만, 마음은 쉽지 않다.
'조급해하지 마', '천천히 가도 돼'라고 다독여도, 마음은 불안하다. 이 혼돈 속에 갇혀 언제쯤 명확함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이 맞는 건지 확신할 수 없으니, 나는 그저 계속 걷는다. 답을 찾을 때까지.
최근에 와서야 깨닫는다. 어쩌면 이 시간이 필수적인 탐색의 과정이 아닐까.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침반 없이 걸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방향이 있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길 밖의 풍경을, 나는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더 많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여전히 불안하다. 이 위안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일까 두렵다. 하지만 나는 계속 걸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시간임을 믿기 때문에.
언젠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리라. 내가 방향 없이 걸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걸음들이 사실은, 나만 몰랐던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모르는 채로 걷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