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등대

by 산속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은 굳이 증명하거나 소리칠 필요 없는, 우리 삶의 가장 오래된 그림자 같은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슬픔을 크게 울며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품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글로 풀어내고, 어떤 사람은 침묵으로 견딥니다.
그러니 저는 슬픔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탓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침묵이야말로 그들이 이 고난을 견뎌내기 위해 선택한 가장 고독하고 힘겨운 싸움일 테니까요.
우리는 때로 슬픔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을 오해합니다. 강한 사람이라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은 곳에서, 더 조용한 방식으로 그들은 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삶은 언제나 고난의 연속이라는 말, 그 흔한 위로조차 가슴에 닿지 않는 날이 옵니다.
"다들 힘들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이것도 지나갈 거야."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아픔 앞에서 그런 말들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미래의 위로가 현재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럴 때 저는 당신의 곁에서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그저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해답을 주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길을 알려주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걷는 길을 묵묵히 응원하고, 길을 잃지 않도록 어둠 속에서 빛을 비춰주는 하얀 등대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등대는 배를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배가 어디로 가야 한다고 명령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거기 서서 빛을 비출 뿐입니다. 배는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 나아갑니다. 등대는 다만 어둠 속에서 존재함으로써, 배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위로의 말이 당신에게 소용이 없더라도, 저는 내일을 위해 그저 한 발짝만 움직여 보라고 조용히 권할 뿐입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됩니다. 큰 변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한 발짝.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창문을 여는 것. 물 한 잔 마시는 것. 그런 작은 한 발짝.
살아 숨 쉬는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시간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 마세요.
"가족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무게를 스스로에게 지우지 마세요. 그런 이유가 때로는 힘이 되지만, 때로는 더 무거운 짐이 됩니다.
그저 배가 고파서 일어나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일어나는 아기처럼, 가장 본능적인 움직임에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아기는 의미를 찾지 않습니다. 목적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자고, 불편하면 일어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도 그래도 됩니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쉬고, 답답하면 밖에 나가도 됩니다.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오늘도 내일도 크게 변화 없는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살아 있음'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극적인 변화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눈부신 성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오늘을 살았다는 것, 숨을 쉬었다는 것, 하루를 견뎌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제 등대가 전하고 싶은 가장 진실된 빛입니다.
이 등대의 빛은 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봐주세요", "나를 알아주세요"가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멀리서 조용히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사람다워지기 위한 작은 숨쉬기이며, 타인의 고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장 겸손한 방식입니다.
당신의 슬픔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아픔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당신이 지금 힘들다는 것을,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그대를 위해서, 저의 이 작은 등대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그리움도 슬픔의 한 형태입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 그 그리움 속에서 당신은 혼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 멀리, 등대 하나가 당신을 위해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함께 있어주는 빛. 길을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빛.
부디 그 빛을 따라 무사히 오늘을 건너시기를.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한 발짝씩.
당신의 속도로.
등대는 여기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돌아볼 때, 당신이 길을 잃을 때, 당신이 혼자라고 느낄 때. 언제나 이 자리에서 조용히 빛을 비추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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