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번째 공식 방문지는 울음과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소아과였습니다. 아이의 미열과 사소한 옹알이마저도 나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었고, 그 작은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나는 세상의 가장 높은 산을 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모성이란 자연스러운 축복이 아니라, 아이의 체온계와 약봉지 사이에서 피어나는 치열한 의무임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소아과의 문턱을 넘어섰을 때, ‘나’를 위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옮은 감기와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지친 몸은 결국 내과의 차가운 의자에 앉아야 했습니다. 아이의 칭얼거림을 달래고 밤새 울음소리를 들어주느라 혹사당한 목과 귀는 이비인후과를 찾게 했고,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업고 따라다니며 비틀거린 몸의 무게는 이제 정형외과의 묵직한 물리치료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아이의 건강을 살피는 보호자였지만, 정작 나의 몸은 고독하게 닳아가는 부속품처럼 병원을 전전했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강인한 마음이, 결국 나의 육신마저 ‘엄마’라는 역할의 소모품처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의 병력은 이제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일지처럼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오늘도 나는 사라진 나와 새로 탄생한 모성 사이의 이 거대한 무게를 짊어지고 걷습니다. 나의 삶은 이제 소아과에서 시작되어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로 이어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순례길이 되었습니다. 이 순례의 끝에서, 나는 다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혹은 이미 '엄마'가 된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 묵묵한 산을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