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인 나는 늘 아이에게 죄인이었습니다. 발표회나 녹색 어머니 활동이 있을 때마다 연차를 낼 수 없어 다른 분들께 고개 숙여 부탁해야 했고, 그 미안함은 늘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참다못해 "엄마가 회사를 그만둘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되레 나를 보며 웃었습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일하는 게 좋아."
그 짧은 위로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내가 너를 지키는 줄만 알았는데, 정작 나를 일으켜 세우고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너였구나.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었습니다. "너를 낳아서, 내가 이제야 참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어쩌면 아이의 성장보다 내가 나를 엄마로서 인정하는 단계가 느려지는 느낌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 그것은 이제 아이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를 넘어 자기 몫을 해내는 한 사람의 인간이 되어간다는 신호입니다. 그 의젓한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로서 말할 수 없는 대견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아직은 내 품 안의 자식 같아 손을 내밀고 싶다가도, 이제는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될 그 아이만의 세계가 생겼음을 직감합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혹여나 아이의 깊어진 생각에 생채기를 내지는 않을까, 나의 조급함이 아이의 독립심을 꺾지는 않을까 싶어 대화 한 마디를 건네는 것조차 신중해집니다.
사랑한다는 핑계로 아이의 의견을 덮어버렸던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에, 나는 이제 가르치는 말보다 들어주는 침묵을 먼저 배웁니다.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정작 아이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그 무서운 사실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라는 이름의 소중한 인격을 마주하며 숨을 고릅니다.
내가 너를 낳았지만, 너는 나의 소유가 아닌 너만의 길을 가는 여행자임을 인정하는 것. 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렵고도 위대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