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들기

by 산속


아이와 더 많은 추억을 나누고 싶어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습니다. 집 근처 박물관과 미술관, 환상적인 물빛의 수족관을 누비고,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낯선 나라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엄마로서 줄 수 있는 최선이자,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추억 만들기’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무심결에 아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맑은 눈망울 속에 담긴 것은 화려한 전시물도, 이국적인 풍경도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오직 나를 향해 있는 아이의 시선만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습니다. 내가 공들여 준비한 그 거창한 일정들이 정말 아이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혹시 나는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의 얼굴' 대신,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의 풍경'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나는 화려한 여행 가방을 싸는 대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와 마주 앉는 법을 배웁니다. 아이와 나란히 누워 오늘 있었던 싱거운 농담을 나누고, 친구들의 풋풋한 연애사나 지루했던 수업 내용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어줍니다.

​거창한 지식이나 교훈이 담긴 대화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저 내 아이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궁금해하고, 그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의 평범한 눈 맞춤. 그 소박한 소망이 아이에게는 그 어떤 해외여행보다도 깊고 따뜻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이를 향한 가장 진실한 사랑은, 화려한 장소가 아니라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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