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by 산속


아이의 사춘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 긴 공백기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품에 안겨 종알대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아이를 다 안다고 자부했던 나의 오만함은 그 시린 공백 앞에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화는 단절되었고, 아이의 눈동자는 더 이상 나를 향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내가 건네는 걱정은 잔소리가 되었고, 나의 사랑은 아이의 독립을 방해하는 간섭이 되었습니다. 그 시기, 나는 엄마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듯한 지독한 무기력증을 겪었습니다. 아이와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듯한 그 고독한 공백은, 병원 순례길보다 더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백기는 사실 아이와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만드는 연습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내 품에 가두려 했던 욕망을 내려놓고,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무리 상처받아도 엄마라는 자리를 지키는 것, 아이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사춘기라는 공백기를 통과하는 엄마의 숙명이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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