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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Nov 09. 2022

본조르노, 시칠리아 - 04

안토니오와의 만남-타오르미나

우여곡절 끝에 카타니아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우리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 시칠리아에 온 것이다. 공항 안 매점에서 간단하게 주린 배를 채웠다. (아무리 국내선이라지만 그 난리를 쳐 놓고 라이언항공에서는 기내에서 물 한 잔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음료와 간식을 팔고 있었다. 패 죽이고 싶은 사자XX들...)

공항 밖을 나서자 지중해의 투명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멀리 보이는 산은 꼭 한라산을 닮았다. 그런데 그 산 꼭대기에서 연신 연기가 피어오른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에트나 화산이었다. 에트나 화산 아래로는 작은 산들도 보였는데 제주도의 오름과 매우 비슷했다. 시칠리아는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섬이니 제주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딸내미가 예전에 예약해 둔 렌터카 사무실을 찾았다. 시칠리아는 섬이 매우 넓고(남한의 1/4 정도가 된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서 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처럼 여러 곳을 가거나 짐이 많은 경우에 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나와 아내는 출국 한참 전에 경찰서에 가서 국제면허를 발급받았던 터이다. 우리가 빌린 차는 현대에서 나온 ‘i-10’이라는 경차였다. 객지에서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우리나라 차를 보니 공연히 반가웠다. 작고 귀여운 그 차 이름을 우리는 ‘안토니오’라 지었다. 너무 작아서 트렁크에는 여행 가방이 하나밖에 들어가지 않아 나머지 두 개는 뒷좌석에 실어야 했다. 안토니오 근처에 세워진 차들도 다 안토니오 만했다. 왜 그렇게 작은 차만 있나 하는 궁금증이 풀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토니오는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였다. 안토니오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다. 자동변속기(오토) 자동차도 있었지만 빌리는 값이 훨씬 비쌌다. 기름을 많이 먹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요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자동변속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예전에 우리가 운전면허를 딸 때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수동이었으므로 당연히 우리는 수동으로 면허를 땄고 운전한 차도 수동이었다. 나는 적어도 수동 자동차를 10년 이상 운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동을 선택했다. 마치 어릴 때 배운 자전거를 다시 타는 것처럼, 수동 기어 변속에 바로 적응했다. 오히려 기어 변속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가속의 짜릿함이 즐거웠다.


생전 처음 가보는 시칠리아에서 자동차를 몰고 어떻게 다니느냐고? 옛날 같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표지판도 낯선데다가 도로 체계도 우리와 다른 이국땅에서 지도 하나에 의지하여 운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모험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강력한 무기, 바로 스마트폰이 있었다. 딸내미는 어디서 구했는지 현지에서 가장 유용하다는 ‘웨이즈’라는 내비게이션 앱을 깔았다. 한국어로 안내가 되는 신통한 놈이었다. 그리고 구글 지도. 그 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자, 이제 안토니오와 함께 열흘간의 시칠리아 여행을 시작해 보자.


렌터카 '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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