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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Feb 11. 2023

흰샘의 漢詩 이야기-봄의 빛깔

詩家淸景在新春(시가청경재신춘) 시인에게 좋은 경치란 새봄이 제격이지

綠柳纔黃半未勻(녹류재황반미균) 버드나무 노란 싹 반쯤 터진 바로 그때. 

若待上林花似錦(약대상림화사금) 상림원 꽃 비단처럼 필 때까지 기다리면

出門俱是看花人(출문구시간화인) 동문밖엔 꽃구경 온 사람들만 보일 테니.

                                             (번역: 흰샘)     


위의 시는 당나라 시인 양거원(楊巨源, 755~?)의 ‘성동조춘(城東早春: 성동의 이른 봄)’이라는 시입니다. 새봄을 노래한 한시 가운데 나의 최애(最愛)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두 번째 구절은 절창이지요. 버들강아지는 처음에 나올 때 연둣빛보다 더 연한 노란색으로 피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것이 이 구절입니다. 봄꽃의 명소로 소문난 곳에 꽃이 만발하면, 꽃구경하려 쏟아져 나온 사람들에 치여 봄 구경은 물 건너가고 만다는 것이 그 다음 구절의 의미입니다. 

송나라 때 장식(張栻)의 시 가운데도 “春到人間草木知(춘도인간초목지): 인간 세상 찾아온 봄 초목이 먼저 아네.)”라는 구절이 있거니와 봄을 가장 간절히 기다린 초목이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아차립니다. 시인들처럼, 기다림과 감수성이 초목만큼은 되어야 남보다 먼저 봄을 알아차리고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미 남녘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벌써 들었거니와, 어느 골 냇가의 버들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를 가지마다 매달고 있을 터입니다. 누가 뭐래도 봄은 봄입니다. 꽃이 만발하고 보면 이미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이 쏟아질 터이니, 나도 꽃이 피기 전에 먼저 봄을 찾아 떠나려 합니다. 다음 주에는 강원도로,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전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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