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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Feb 15. 2023

‘챗-GPT’와의 한판 승부

예전에는 교사(교수 포함)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든 지식과 정보의 원천이었다. 그들이 곧 길이요 진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들만큼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배우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부모조차도 그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경했다. 물론 그들은 전문기관(대학 등)에서 전문 지식을 배웠고, 책을 통해서 그것을 더 확장시켰다. 예전에는 책조차도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는 교사와 전문가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생기고 수많은 검색엔진이 생겨나면서, 교사는 지식과 정보의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인터넷 검색창이나 스마트폰에 몇 글자만 입력하면 무궁무진한 정보들을 바로 얻을 수 있는데, 무엇하러 교사에게 물어보겠는가?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이제는 검색엔진을 찾아가 정보를 검색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챗-GPT’라는 놈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Chat-GPT'는 보통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풀이한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굳이 풀자면 ‘생성형으로 미리 학습된 언어모델’ 정도의 의미이다. 말하자면 이미 저장된 정보와 지식을 스스로 학습하여 논리적으로 생성하여 언어로 전달해 주는 녀석이다. 

이번 학기에 인문학 관련 명저들을 읽고 요약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강의를 하나 맡았다. 나름대로 ‘명저’라고 여기는 책 4권을 선정했다. 그중 2권은 동양의 오래된 고전을 다룬 책이고, 다른 2권은 현대사회의 문제와 미래의 문제까지를 다룬 최신 인문학 서적이다. 사실 책의 선정에서부터 부담이 가는 강의였는데, 수강생 수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 또 걱정이다.(최소인원이 60명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듣자하니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알고 있는 요즘 학생들은 웬만한 레포트는 모두 AI에게 맡긴단다. 그러니 좀 나이 먹은 교수들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나 또한 그것이 걱정이다. 수많은 학생들의 과제를 일일이 읽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그것이 자신이 쓴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를 판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태산이다.

챗-GPT 로고

그러나, 知彼知己(지피지기)면 百戰不殆(백전불태)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백전백승’으로 알고 있지만, <손자병법>의 원문은 ‘백전불태’가 맞다. ‘백번 싸워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진에 먼저 들어가 적장을 만나볼 참으로 ‘챗-GPT’를 바로 찾아갔다. 나는 디지털 기계와 그리 친숙한 편이 아니라서 영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구글 계정이 있으면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 바로 들어가 사용할 수 있다.(머지않아 유료화할 것이라 100% 장담한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가서 물어보았다.(한국어로도 서비스가 되지만 영어로 물어보아야 좀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첫 번째 질문: “What is Humanities?” 대답은 순식간에 나왔지만 매우 사전적(辭典的)이고 뻔해서 오히려 싱거웠다. 일단 안심과 실망이 교차한다.

두 번째 질문은 ‘적장(敵將)’에게 직접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의 두 번째 질문: “How can I know if students used AI to write reports or not?”

잠시 머뭇거리는 것으로 보아 나의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녀석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적장답게 차근차근 썰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녀석은 "학생이 AI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인상을 쓰자 ‘그런데 몇 가지 팁이 있긴 있다’고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어라.”,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문법, 구문, 어조 면에서 일관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관성에 유의해라.(아마도 상투성을 말하는 듯했다.)”, “표절을 찾아라.”, “학생의 능력을 고려해라. 평소에 글을 형편없이 쓰는 녀석이 갑자기 엄청 잘 쓰면 AI 시킨 거다.” 등등... 팁을 주는 척하면서 하나마나한 얘기를 지껄이더니, 마지막으로 오금을 박는다. “이러한 팁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며 이러한 지표 중 일부가 존재하더라도 학생이 AI를 사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더니 한발 더 나아가 점잖게 나를 가르치려 든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각 상황에 접근하고 모든 우려 사항을 학생과 직접 논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씨~!!!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다음에 또 보자,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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