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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Feb 18. 2023

쪽팔린 고백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글자대로 풀면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보통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풀이한다. 불교의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더 깊은 뜻이 있겠지만 그것까지 들여다보거나 깊이 연구할 여력이 나에겐 없다. 하지만 그저 문자적인 뜻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최근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걸 있는 그대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쪽팔린’ 일이다.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말할 수 없고, 비유를 들자면 이렇다. 


나는 본래 ‘3’을 가졌다. 그것으로 충분했고, 나에게 ‘3’이나 준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어떤 기사를 보았더니,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잘 해야 ‘2’를 가졌고, 최대한으로 잘 봐줘도 나처럼 ‘3’ 정도를 가졌다.(이 얼마나 주관적인 판단인가는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이 ‘4’와 ‘5’를 가지게 되었다는 기사였다. 그걸 보는 순간 ‘3’으로 감사했던 나의 마음은 시기와 질투와 분노와 허탈감과 배신감이 뒤섞인, 말 그대로 착잡(錯雜: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머리가 따끔따끔해지고 땀인지 무엇인지가 나오는 것 같았고, 손바닥에도 땀이 났다. 거울을 보았다면 눈동자는 가뭇없이 흔들리고 얼굴 근육은 미세하게 씰룩거렸을 것이다.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말해 보았다. “내가 ‘3’으로 만족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면 남이 ‘4’나 ‘5’를 갖든, 심지어 ‘100’을 갖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것은 ‘학습된 인격’이 하는 점잖은 말이었을 뿐, 마음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하는 말에 동의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겪은 경험에 관한 한, 문제는 비교하는 마음에서 생겨났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모든 것은 결국 마음이 만드는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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