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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r 03. 2023

흰샘의 한시 이야기-당신의 봄은 어디 있나요?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온 종일 찾아봐도 봄은 눈에 뵈지 않아

芒鞋踏遍隴頭雲[망혜답편롱두운] 짚신 신고 구름 덮인 산마루까지 쏘다녔네.

歸來笑拈梅花嗅[귀래소념매화후] 돌아와 웃으며 매화 잡고 향기 맡아보니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가지 끝에 봄은 벌써 하나 가득 와 있었네.

(번역. 흰샘)     

송나라 때 한 비구니가 지은 작품이라고도 하고, 고승의 깨달음의 시라고도 합니다. 또한 송나라 때의 시인 대익(戴翼)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도 하는 등 논란이 많기는 합니다. 아마 뜻이 좋아서 글자 몇 자만 바꾸어 비슷하게 지은 작품들이 많아서 그럴 것입니다. 전해지는 판본에 따라 시에 쓰인 한자도 조금씩 다릅니다만, 전체적인 뜻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무지개를 찾아 떠난 소년이나 파랑새를 찾아 떠난 소녀의 이야기도 그 스토리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봄을 찾는 과정이 마치 진리(혹은 道)를 찾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봄도, 진리도 늘 나와 가까운 곳에, 심지어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깨워주는 시입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그냥 봄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입니다. 

굳이 꽃을 찾아가지 않아도, 도시의 후미진 어느 구석이나 보도블록 사이에도 조금만 깊이 보면 봄은 이미 천지에 가득합니다. 어쩌면 진리도 사랑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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