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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r 28. 2023

흰샘의 한시 이야기-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번역: 김억)     


당나라 때 유명한 여류 시인인 설도(薛濤, 768~832)가 지은 春望詞(춘망사) 4수 중 세 번째 시입니다. 우리에게는 ‘동심초’라는 가곡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설도의 초상화(출처: 바이두)

이 시를 번역한 김억은 본명이 김안서로, 김소월의 스승입니다. 우리의 전통 가락을 중시한 시인이며, 특히 한시를 철저히 7·5조에 맞추어 번역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소월 시의 본령을 이루는 7·5조는 바로 스승인 김억에게서 나왔다고 합니다.

나도 명색이 한시 전공자이기에 한시를 어떻게 우리말로 아름답게 번역할까를 늘 고민하지만 김억의 번역 앞에서는 그저 감탄만 하다가 더하고 빼지를 못하고 맙니다. 그는 같은 시를 조금 다르게 번역했는데, 그 또한 절창입니다. 이 두 개의 뛰어난 번역을 내버려두지 않고 작곡가 김성태가 곡을 붙인 것이 가곡 <동심초>입니다.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역시 조수미의 <동심초>가 백미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paJN-Y8BG4)

이 시가 본래 4수로 되어 있다고 했지요. 세 번째 시가 하도 유명한 바람에 나머지가 묻혀버려 그렇지 나머지 3수도 모두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그중에 첫 번째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시는 제가 번역하여 중학교 한문교과서에 실어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花開不同賞(화개부동상) 꽃 피어도 함께 즐길 님 곁에 없고

花落不同悲(화락부동비) 꽃이 져도 함께 울 님은 어디에.

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그리운 님 계신 곳 물어보고파

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꽃 필 때나 꽃 질 때나 어느 때든지.     


봄을 읊은 시는 너무도 많은데, 그 많은 시들을 다 읽을 겨를도 없이, 봄은 또 너무도 짧고 꽃은 또 너무도 야속하게 지고 맙니다. 그래서 시인들은 ‘봄을 앓는다’는 뜻의 ‘상춘(傷春)’이라는 말을 많이 쓴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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