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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Apr 01. 2023

흰샘의 漢詩 이야기-눈앞에서 하염없이...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 그만큼 줄거늘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무수히 흩날리니 이내 시름 어이할까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눈앞에서 하염없이 지는 꽃 보자 하면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아픔 겨워 마시는 술 마다하지 말아야지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강가의 작은 집엔 물총새 깃들이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동산 가 높은 무덤 기린 석상 누워있네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락]

세상 이치 톺아보면 즐길 때 즐겨야지

何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무엇하러 헛이름에 이내 몸을 얽매리오       

<번역: 흰샘>

   

위대한 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곡강(曲江)> 2수 중 첫 번째 시입니다. 꽃잎이 하나만 떨어져도 꽃잎 하나만큼 봄이 줄어든다는 절창 때문에, 꽃잎 지는 이 시절이면 한 번도 이 시를 그냥 보내지 않고 한 번씩은 읊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두보에 대한, 그의 시에 대한 저의 도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꽃잎 하나도 아쉬운데 수천수만의 꽃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은 1,300여년  전의 시인이나 오늘날의 우리가 다르지 않을 터이지요. 무엇보다 요즈음의 벚꽃이 이 시에서 형상화한 모습에 맞춤합니다. 일찍이 고려 때 이규보도 지는 벚꽃을 보며 이렇게 노래했지요.     

無奈櫻桃何[무내앵도하] 어쩔거나 저 벚꽃 어쩌면 좋아

那堪着地多[나감착지다] 어찌 저리 무수히 땅에 지는가    


유난히 따스한 봄날씨 때문에 온갖 꽃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진다는 것은 봄꽃을 간절히 기다린 사람들로서는 반갑고도 아쉬운 일입니다. 두보는 그렇게 눈앞에서 하염없이 지는 꽃을 바라보며 그 많은 시름을 술로 달랩니다. 그러다가 문득 보게 되지요. 강가에 있는 옛 유력자의 작은 누각에는 새들이 깃들이고, 동산에 있는 고관대작의 높은 무덤가엔 석상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 문득 깨닫게 되지요. 인생이란 얼마나 무상하고, 명성이란 얼마나 헛된 것인가... 그러니, 공연히 헛된 명성에 얽매이지 말고,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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