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흰샘)
계절은 봄, 장소는 대동강 가입니다. 봄비가 한바탕 지나가자 풀빛이 한결 짙어집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그러나 강가에는 서글픈 이별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제3구와 4구는 천 년을 두고 절창으로 불리는 대목입니다. 저 대동강물이 마르지 않는 것은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강물을 채우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지나친 과장이지만,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시의 매력입니다. 시적 발상과 시적 언어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송인(送人)>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너무도 유명한 정지상(鄭知常)의 시입니다. 정지상은 서경(西京: 평양) 사람으로 서경천도를 주장한 묘청의 난에 연루되어 김부식(金富軾)에게 죽임을 당한 인물입니다. 야담에는, 김부식이 시(詩)로는 정지상을 도저히 이길 수 없어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에 때마침 일어난 묘청의 난에 억지로 엮어 정지상을 죽였다고도 합니다. 그 때문에 측간에서 정지상의 귀신에게 중요 부분을 잡혀 죽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야담은 그저 야담일 뿐이지요.
아무려나 이 시는 우리나라 한시사(漢詩史)를 다룰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기록한 것을 시화(詩話)라고 하는데, 이 시는 많은 시화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반드시 평양에서 묵었답니다. 평양 대동강 가에 있는 부벽루는 대표적인 명소이지요. 거기 부벽루에 수많은 시들이 붙어있는데, 중국 사신들이 다른 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 시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지요. 그래서 그 뒤로는 중국 사신이 올 때 다른 시는 다 떼어 버리고 이 시만 붙여 놓았다고 전해집니다.
이 시는 그 뒤로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시의 운자(韻字)를 사용한 시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모티브를 가져도 쓴 작품도 부지기수지요. 이 작품은 현대시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것이 내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이수복의 <봄비>입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감성이 철철 넘치는 시인지라 지금껏 암송하고 있는 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