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샘 May 06. 2023

흰샘의 漢詩 이야기_저놈의 꾀꼬리!

春怨(춘원)  

金昌緒(김창서)     


打起黃鶯兒(타기황앵아) 저놈의 꾀꼬리 좀 쫓아주세요

莫敎枝上啼(막교지상제) 나무 위에 앉아서 울지 못하게

啼時驚妾夢(제시경첩몽) 새소리에 놀라서 꿈 깨어지면

不得到遼西(부득도요서) 님 계신 요서까지 못가잖아요.


[번역: 흰샘]     


출처: 바이두

시적 화자는 당연히 여자입니다. 여자의 남자는 요서 지방에 요역을 갔습니다. 요서는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곳입니다. 꿈속에서나 가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립고 걱정되어 견딜 수 없습니다. 봄은 깊고 꽃은 피었다 지는데 꾀꼬리는 쌍쌍이 나무 사이를 날며 지저귑니다.

가지 위에서 울어대는 꾀꼬리 좀 쫓아주세요...

여자는 낮에도 꿈을 꿉니다.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꿈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잡니다. 그 머나먼 길을 찾아가 남자를 만나기 직전에 여자는 꾀꼬리 소리에 그만 꿈을 깨고 맙니다. 모습도 목소리도 아름다운 꾀꼬리가, 여자는 미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제발 저놈의 꾀꼬리 좀 두들겨서 쫓아 달라고 애원하는 여자의 마음은 더 이상의 설명이 군더더기가 될 뿐입니다.      

이 시의 제목은 ‘伊州歌(이주가)’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당나라 때 시인인 김창서의 현전하는 유일작입니다. 당(唐)은 한시의 최전성기로, 이백과 두보를 비롯하여 이름난 시인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김창서라는 인물은 이름도 생소하거니와(혹 신라에서 유학을 간 사람은 아닐까도 상상해 봅니다), 생몰 연대도 미상이고, 작품도 오직 하나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작이 된 덕분에 그의 이름이 쟁쟁한 시인들 사이에 끼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이전에 제가 소개한,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한 구절로 길이 이름이 전하는 동방규(東方)지요. 정말 위대한 작품은 하나면 족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경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안녕, 동백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