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화자는 당연히 여자입니다. 여자의 남자는 요서 지방에 요역을 갔습니다. 요서는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곳입니다. 꿈속에서나 가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립고 걱정되어 견딜 수 없습니다. 봄은 깊고 꽃은 피었다 지는데 꾀꼬리는 쌍쌍이 나무 사이를 날며 지저귑니다.
가지 위에서 울어대는 꾀꼬리 좀 쫓아주세요...
여자는 낮에도 꿈을 꿉니다.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꿈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잡니다. 그 머나먼 길을 찾아가 남자를 만나기 직전에 여자는 꾀꼬리 소리에 그만 꿈을 깨고 맙니다. 모습도 목소리도 아름다운 꾀꼬리가, 여자는 미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제발 저놈의 꾀꼬리 좀 두들겨서 쫓아 달라고 애원하는 여자의 마음은 더 이상의 설명이 군더더기가 될 뿐입니다.
이 시의 제목은 ‘伊州歌(이주가)’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당나라 때 시인인 김창서의 현전하는 유일작입니다. 당(唐)은 한시의 최전성기로, 이백과 두보를 비롯하여 이름난 시인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김창서라는 인물은 이름도 생소하거니와(혹 신라에서 유학을 간 사람은 아닐까도 상상해 봅니다), 생몰 연대도 미상이고, 작품도 오직 하나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작이 된 덕분에 그의 이름이 쟁쟁한 시인들 사이에 끼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이전에 제가 소개한,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한 구절로 길이 이름이 전하는 동방규(東方虬)지요. 정말 위대한 작품은 하나면 족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