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한때, 야생화에 미쳐서 당시에는 드물었던 일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산야를 헤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색깔과 모습이 화려한 꽃들이며, 특별한 곳에서만 피는 희귀한 꽃들도 많이 만났지만, 가장 눈이 가는 것들은 들판 어디에나 지천으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을 자세히 보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눈이 좋아야 하고, 가까이 가야 합니다. 그것들은 거의 땅에 붙어서 피는 데다가 크기도 너무나 작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최대한 숙여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작고 초라한(인간들이 그렇게 붙인 수식어일 뿐이지만) 것들이 가장 겸손한 자세를 요구한다는 것은 詩的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 장미나 백합에게서 얻지 못한 시들을 그들에게서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