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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Jul 15. 2023

두 번째 '경고장'을 받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일기를 썼고, 한 여자에게 10년도 넘게 사흘이 멀다 하고 연애편지를 썼다면 글쓰기는 쉽고도 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글을 안 쓰니까 어려운 것이다. 이런저런 일에 치여 한동안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그랬더니 ‘브런치’에서 또 점잖게 경고장이 날아온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운운” 처음에는 ‘이거 뭐야?’ 했는데, 곰곰이 읽어보니 그 말이 딱 맞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며칠 안 하면 아예 하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지 않던가.     

올해 유난히 장마가 길고 폭우가 잦아 산사태에 농경지 침수는 물론 인명피해도 크다는 뉴스를 들으며 철없이 비를 좋아하는 마음마저 죄스럽다. 긴 장마는 사람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다. 아파트 12층 발코니 밖에 걸린 채송화 화분에 날마다 찾아오는 꿀벌들에게도 장마는 힘든 시절이다. 채송화는 비가 올 때는 피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꿀벌도 찾아오지 않았다. 며칠 동안 벌들이 보이지 않자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비 속에서 그들은 어디에 머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잠시 비가 그치자 벌들이 찾아왔다. 친구들까지 데리고 함께 왔다. 반갑기 그지없다. 채송화도 벌이 반가웠는지 비에 젖은 꽃잎을 애써 털어내고 피어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 채송화에서 풍기는 꿀 냄새가 유난히 짙다.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 ‘경고장’에 답한다. 억지로 하는 ‘일기 숙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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