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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Jul 30. 2023

흰샘의 漢詩 이야기 - 향원익청(香遠益淸)

方塘荷香[방당하향] 네모진 연못의 연꽃 향기      


紅粧翠蓋稠疊[홍장취개조첩] 붉은 단장 푸른 쓰개 빽빽도 한데

白露明珠碎圓[백로명주쇄원] 이슬은 구슬 되어 둥글게 부서졌다.

輕風一陣來處[경풍일진래처] 산들바람 한 줄기 불어오는 곳에서

浮動淸香自然[부동청향자연] 맑은 향기 함께 실려 자연스레 풍겨온다.     


[번역: 흰샘]     

시인이 '홍장취개'라 묘사한 붉은 연꽃과 푸른 연잎\
구슬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같다

붉은 연꽃을 붉게 화장한 얼굴로, 푸른 연잎은 여인의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쓰개로 표현했다. 다음으로 시인의 시선은 연잎 안에 둥글게 들어앉은 구슬 같은 이슬에 머문다. 굳이 연꽃 가까이 갈 것도 없다. 산들바람이 한번 건듯 불자 맑은 연꽃 향기가 자연스레 실려온다. 


보통 한시는 5언과 7언이 많은데, 이 시는 6언절구 형식이다. 약간 삐딱한 셈이다. 이 시를 지은 이는 조선후기의 시인인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 1741~1826)이다. 그는 30대 초반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갔으나, 대과에는 번번이 낙방하여 20년 동안이나 성균관 유생으로 지내다가 50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급제하였다. 하지만, 문학면에서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20권 20책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해마다 7월이면 강릉 경포호에 연꽃을 보러 간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종강을 하고 몸도 마음도 좀 여유로워지면 여행을 가게 되다 보니 시기가 꼭 그즈음이다. 경포호에 유명한 것은 가시연꽃인데, 가시연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대신 수련과 홍련, 백련이 장관을 이룬다. 

연꽃은 생각보다 향이 짙지 않아 둔감한 사람들은 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서 그윽한 향기가 더욱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인들은 연꽃 향기를 주로 ‘청향(淸香: 맑은 향기)’으로 표현했다. 유난히 연꽃을 사랑하여 <애련설(愛蓮說)>이라는 명작을 남긴 송나라 철학자 주돈이(周敦頤)가 대표적인데, 그는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이라는 말로 연꽃 향기를 표현하였다. 경복궁 후원에 있는 ‘향원정(香遠亭)’이 바로 ‘향원익청’에서 따다가 지은 이름이다.

향원정은 '향원익청'에서 따다가 지은 이름이다.

연잎은 차로도 만들고 밥을 싸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연에서 가장 긴요하게 쓰이는 부분은 연밥(연의 씨앗)과 연근이다. 이전에는 주로 젊은 여자들이 목란배라는 길쭉하고 날씬한 배를 타고 연꽃 사이를 누비면서 연밥을 따는 것이 큰일이었다. 뽕밭 못지않게 연못에서도 아름다운 로맨스가 많이 일어났다. 다음엔 그런 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수련

군더더기:

‘수련’의 한자는 ‘水蓮’이 아니라 ‘睡蓮’이다. 밤에는 꽃봉오리를 완전히 닫기 때문에 ‘잠을 자는 연꽃’이라는 뜻으로 ‘잠잘 수(睡)’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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