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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Aug 17. 2023

자두와 까치와 어머니와 나

흰샘의 詩답잖은 詩

아버지 돌아가시고 허전해진 모퉁이에

자두나무를 심었다.

올해 처음 주렁주렁 열린 자두를 따는데

잘 익은 놈들만 골라 까치가 콕콕 쪼아 놓았다.

이런 망할 놈의 까치 새끼들, 욕을 하며,     


-하나 쯤 냉겨 놓제 그랬냐?     


어머니 말씀을 귓등으로 들으며 모조리 따 버렸다.

따서는 나도 먹고 새끼들도 먹였다.

밖에 나갔다 오니 어머니가 그러신다.     


-지 밥 다 따 먹었다고 까치가 치작치작 울다 가드라.     


이 자두에 대해서는 나도 관계자라고,

잎이 피고 꽃이 지고 자두가 열리는 모습을 

날마다 지켜보았다고,

잎 새에 숨은 벌레도 잡아주었다고,

그러니 나도 자두 먹을 권리가 있다고,

몇 개쯤에 대해서는 내게도 지분이 있다고,     


그렇게 투덜대다 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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