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도 연애하고 싶습니다 2

조현병 환자가 전하는 질병 기록 에세이 (5)

by 아픔

조현병 환자도 연애가 하고 싶다, 라고 제목을 정했지만, 이 내용은 나의 바람보다는 애인을 사귀었던 경험을 가공해서 쓴 글에 가깝다.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좋겠다.

연애할 때 스스로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이 문제가 남들보다 중요했다. 한국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한국 미디어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는 한 장면처럼, 미치광이 정신병자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전부 호러 미디어에 한 번쯤 다뤄지는 환각·환청·환시 클리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영화에서 이런 속임수를 자주 사용하는데,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참 곤란하다. 진짜 정신병은 저렇게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람의 공포를 유발하고 그게 돈이 된다는데 내가 말 얹기도 미안할 정도이다.


내가 사귀어 보았던 애인 중 한 명은, 불면증이 심해 병원을 자주 찾는 편이었다. 나는 그가 정신과에 관한 선입견이 남들과는 다를 거라고 기대했다. 편견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고 기대했던 것 같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 맞지만, 적어도 병원에 다녀본 사람이 병원을 꾸준히 가고 있는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나는 언제나 나의 상태를 어필할 수밖에 없었고, 그 상태를 어필할 때마다 나의 자존심이나 부끄러움도 같이 갈려 나갔다. 하긴, 환각·환청·환시를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닌데, 당연히 모를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갈구해 왔다. 나의 상태를 이해해 줬으면 하고 바랐다.

사귀면서 크고 작은 풍파를 겪었다. 이만큼 어려웠던 연애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그가 정신과 의사에게 전혀 의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와 차이가 있었다. 애인은 가장 중요한, 불면증의 원인에 대해서 상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에 관련된 바만 상담받고 약만 처방받아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의사한테 모든 바를 털어놓고 나아지려고 애쓴 과거가 있던 나와는 달랐다.


그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부분이고 이는 어찌할 수 없는 것, 이라고 넘기기에는 내가 그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나는 애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은근슬쩍 언급하길 반복했고, 상대방은 이에 대해 모호하게 받아들였다. 그때는 그게 조심스러웠다. 연상의 그에게 의사한테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말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


헤어지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니, 어느 정도 치료받을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일이란 걸 알았다. 나는 좀 더 어린 나이에 병원을 찾아서 쉽게 내 사정을 토로할 수 있었던 반면에, 그는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고 풍파도 좀 겪은 어른의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고,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려 들지 않았던 거 같다. 나는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말 한 번 하면 쉬워지는 일을 너무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이미 헤어져서 남이 되었지만, 종종 생각난다. 여전히 약을 먹고 자고 있겠지. 그 사람.


나는 본래 정신과 약을 아침·저녁으로 복용해 왔는데, 지금은 저녁 약만 먹고 있다. 다소 거창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내가 선택한 길이다. 정말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상담과 약물을 병행하면서 만들어낸 지금의 내가 있는 법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남에게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도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보기로 했다. 그것이 존중할 만한 삶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현병이라는 것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북돋아 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들을 응원하지만, 병의 차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따로 말을 얹지 않는 편이다. 약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주변 사람들도 많았고, 약의 부작용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받는 것도 많이 봐 왔다. 그들에게 무작정 ‘당신도 나처럼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기만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나의 접근이 조심스러워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담담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그걸 알아준다. 하지만 내 상황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말할 용기는 없다. 그저 글로서라도 적어두는 게 고작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내 병에 익숙해지는 게 싫어서 더욱 스스로의 정신상태를 점검하는 것 같다. 이것도 내 고집 중에 하나다. 나는 ‘깍두기’가 되고 싶지 않다. 아픔 씨는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우리가 이해해 주자. 라는 것의 반열에 들고 싶지 않다. 이러한 욕구는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동정받고 싶지 않은 것에 가깝다.


지금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그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나의 병세를 설명할지 고민된다. 물론 공개하는 게 꺼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1회 이상 만나려면, 내가 약을 언제 타는지 의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주말에만 만나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내 토요일 오전은 약 타는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남을 속이면 속이는 대로 일이 꼬이고 만다. 나는 그런 과정이 싫어서라도 내 상태를 남들보다는 자주 공개하는 편이다.


낱낱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나를 드러내고 싶다. 나는 조현병이 부끄럽거나 극악무도한 나쁜 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한국인에게 조현병은 참으로 애석한 병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나중에는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조현병을 다뤄보고 싶다. 참 쓸 게 무궁무진하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가볍게 상황을 보려고 한다. 조현병의 연애는 오싹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나 나는 그것에 맞게 약도 먹고 있으며 길게는 상담 시간을 가지면서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른 방면으로 보면 나처럼 노력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를 수치상으로 보면, 저울처럼 될지도 모른다.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지구의 균형이 맞는 거라고 본다. 나는 나대로 말이다.


연애하고 싶냐고 다시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고민해 볼게요’가 될 것 같다. 너무 많은 품이 들고 상대방도 그만큼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확답은 못 하겠고, 언젠가 찾아올 인연을 떠올리는 것밖에 못 할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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