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도 연애하고 싶습니다

조현병 환자가 전하는 질병 기록 에세이 (4)

by 아픔

나는 7년 차 조현병 환자인데, 한 5년 차 때만 해도 지금처럼 상태가 좋진 않았다. 그때는 단약을 시도했다.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잠깐의 효력에 안주하고 싶어서였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건 좀 핑계 같고, ‘그냥’ 약을 끊고 싶었다.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고, 이제 약을 먹지 않아도 나를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딱 연애하던 시기였다. 나는 연애를 하면서 ‘나를 이만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겼으니, 약을 먹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복용하는 약을 몇 주 안 먹을 때도 있었고, 약을 버리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고 필요할 때만 먹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병 약은 필요시에 먹는 약이 아닌 편이다.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엄포를 병원에서 들은 적이 있어서 나는 계속 반성하면서 매일 복용하게 됐다.)


다소 두서없는 이야기이지만, 아마 5년 차쯤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것은 바로 ‘정신아픔이가 연애를 해도 되나?’라는 질문이었다. 물론 당연히 ‘연애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내 머릿속에서 예상외로 쉽게 성립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의 본래 의도를 왜곡하는데, 그래도 애인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왔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에게 잘해주면 의심스러웠고 나에게 못 하면 못하는 그것대로 성질이 사나워졌다. 전 애인들에게 미안해지는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두 가지 상태가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고 나는 그 사유를 들이밀어 이별을 고하곤 했다.


물론 이 질문은 연애뿐만이 아니라 정신아픔이의 인간관계에서 모두 해볼 법한 질문이긴 하다. 의도를 왜곡하는데, 관계를 만들어도 되는가? 나는 처음에는, 연애만큼 깊은 관계가 아니라면, 다른 관계에서는 적당히 어울리면서 친분을 유지하는 건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연애는 친분과 다르다. 아무리 친구 같은 연애라도 연애는 연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차분해졌고, 안 된다는 가능성도 무척 희미해졌다. 조현병 환자도 연애하고 싶은 게 맞는 거고 내 욕망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수 있었다. 바로 7년 차가 되어서야 말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시의 나로서 정확히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한 가지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나는 치료 중이고, 여전히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약물 치료 자체를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의 상태를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불편함을 줄여서 현재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보였고, 지금 내게 있는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은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것 같았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질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상대방의 의도를 왜곡해도 관계를 지속하는 게 옳은 일일까?’ 그것은 옳다. 왜냐하면, 부딪혀야 내가 의도를 왜곡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배로 고통스러웠지만(내 진실과 마주한다는 점과 연애를 하고 있음에서 오는 고통이 존재했다.) 그때 나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몸으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일어난 일이었지만, 나는 그 일들을 전부 기억하고, 그것은 나중에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다시 언급해 본다. 난 연애하면서 종종 단약을 시도했고 그 결과 정신병이 악화했다. 약을 끊은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데 대한 안도감에서였다. 상대방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고 나는 그 과정에서 ‘이쯤이면 됐다’라고 판단하고야 말았다. 그 결과 다시 정신병이 가속화됐고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심해졌다. 종국에는 애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그 상태에서는 더는 연애를 지속할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나는 것인데, 약물 치료에 대한 일반인 인식의 터럭이 조금이라도 더 개방적이었다면 나는 계속 약을 먹고 연애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상태가 상당히 많이 호전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관해 토를 달지는 않겠지만, 약에 대한 인식이 덜 공격적이었다면 내가 계속 약을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다. 부디 약을 먹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시길. 그들도 굉장한 자기 객관화를 통해 병원에 갔고 그 안에서 겨우겨우 약을 타서 매일 고달프게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조현병 환자를 연애에 있어서 그들의 왜곡된 사고에 관해 너무 박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내 사고에 대해서 그것을 유별난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생각한 적이 많지만,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것은 그러한 터무니없는 상상들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비록 내일 당장이라도 나를 감시하는 체제의 외계인들이 등장해서 나의 삶을 바꿔 놓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진짜처럼 믿어왔지만, 그런 상상 덕분에 수많은 창작물과 즐거움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그들의 상상에 너무나 큰 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실제로 나의 상상에 대한 질타를 받은 적은 없지만, 나는 꼭 누군가에게 내 생각이 검열당하고 질타당한다는 의식이 있다. 이건 내 피해망상에도 연관이 되어있어서 앞으로 계속 점검해 볼 사항에 해당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완전히 내 말에 설득당하지 마시고 내가 치료 중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일상을 살아간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다.


나에게 있어 연애란, 생존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기에 생존이라는 아슬아슬한 단어를 붙여보았다. 나도 언젠가 연애는 연애다. 정도로 끝낼 수 있도록 회복해 보겠다. 여러분도 같이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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