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과 셰어하십니까?

조현병 환자가 전하는 질병 기록 에세이 (9)

by 아픔

브런치에 조현병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요새 느끼는 바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다 보니 내 감상과 증상으로 범벅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잘 못 튀긴 피카츄 돈까스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돈까스는 어떻게 튀겨도 맛있으니까, 위안을 얻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이, 그것 또한 병세에 아주 완전히 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쓰게 되는 면도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요새 넷플릭스를 셰어 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이 ‘대구’에서 접속했다고 했다. 아이디를 알려준 그 누구도 대구에서 생활하지 않아서 의아한 가운데,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과연 대구의 스마트 티비로 로그인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이걸 보면서 이게 정신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정신병이더라도, 일단 지켜봐야 한다.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보고 그에 맞는 처방이 들어가야 한다. 그게 치료 과정이다. 한 번에 짠하고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그랬다면, 의사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나는 이 과정이 무척 넌더리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할 때도 많이 힘들었다. 고작 이 알약 세 개를 먹기 위해 병원을 가야 한다고?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병원을 기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병원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증상이 다시 생겨서’였다! (정말, 진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아무튼 그 뒤로 나는 정신병을 반쯤 미워하기로 했는데, 그 미움은 어디 가지 않는다. 증상이 다시 생기니 병원에 자주 갈 수밖에 없고 이 굴레를 증오하고, 끊어도 보고 별별 것을 다 해봤는데, 결국엔 다시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새는 자중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언제까지 복용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자주 하긴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밤이 오고, 나는 약을 먹고 잠이 든다. 뭐, 어쩔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약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진다. 하지만 그 약이 나를 살려주고 있다.


약 먹기 싫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감기가 생겼다. 그럼 감안하고 감기약을 먹겠다. 내게 우울증이 왔다. 그럼 우울증 약을 먹겠다. 그런데 내게 조현병이 있다? 그럼 조현병 약을 먹어야겠지. 그런데 싫어. 그런데 먹어야겠지. 근데 싫어. 이게 계속 반복된다. 사이클처럼. 빙글빙글빙글. 약 먹는 게 조금은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을 가르쳐 줄 이가 있을까? 그런 건 한국의 위대한 조기 교육에서도 못 가르친다고 본다. 결국은 본인이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약 한 알 먹는 것도 말이다. 나로 생각해 보면, 딱 세 알 먹으면 되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더라.


그리고 넷플릭스의 ‘모르는 사람의 로그인’만큼이나 새로운 공포도 없는 것 같다. 나의 아주 개인적인 공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과연 누굴까? 지금까지 내 비번을 아는 사람을 아무리 동원해도 추리가 안 돼서 난감해하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바꾸자니 다시 공지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누구한테까지 알려줬는지도 잘 기억 안 나는데, 과연 누굴까. 로그인한 사람이. 그것도 대구에서... 이것 또한 생각이 빙글빙글 돈다. 뭐든 빙글빙글 도는 수밖에 없는 걸까? 나 또한 빙글빙글 돌아본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아, 그리고 넷플릭스에 ‘모르는 사람이 로그인’만큼 정신병적인 것도 없다고 느껴진다. 진짜 누군가의 침입이나 다름없다. 내 의지대로 우울한 게 아니고, 호르몬이나 뇌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게 제일 끔찍하다. 마음 같아서는 누구신데 우리집에서 이렇게 설치고 있는 거냐고 바락바락 화를 내고 싶지만. 이것만큼 무의미한 게 또 없다. 없는 실체에 대고 삿대질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법이니까. 나는 우선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침입자를 분석해서 나를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가꿔나가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잘 지내봐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게 1차적으로 귀찮고 힘들긴 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없으면, 나아질 수가 없는 게 정신병의 함정인 것 같이 느껴진다.


2차적으로는 어떻게 오시게 됐어요? 가 필요하다. 이 정신병이 어떻게 오게 됐는지, 생활에 점검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상태는 더 나빠지기 쉽다. 그러니 의사와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의사의 상담이 가능한 시간대에 말이다. 병원 상황에 따라 이게 가능할 때가 있고 불가할 때가 있으니, 상황을 잘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건 덤이다.


이 1차, 2차를 거치고 나면 대부분 사이클이 돌아서 나름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은 따로 있으니 그 부분은 다시 체크해 보는 걸 추천한다. 원인은 정말, 가까이 있을 수 있다. 님에게는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그게 원인일 수도 있다... 원인은 정말 다양하고 분석하기 나름인 점도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원인을 찾는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너무 마음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해결을 위해 원인을 제거하라는 것이 아니라,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는 것처럼 물흐르는듯한 관점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역시 꾸준함이 정답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꾸준하면 뭐든 해내게 되는 것 같다. 부진한 결과가 있더라도 꾸준히 가서 부딪혀 보는 것이 몸에 좋더라. 이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도 몰랐으나, 그래도 나름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조금은 신용해 보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돌아와 한번쯤 저의 생쇼(?)를 구경하고 가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야 제가 쓰는 글들이 전부 저의 생쇼(?)로 이루어져 있으니 나름의 공신력을 갖게 되는 감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나,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모두가 건강해지길. 그리고 읽는 사람에게 특별히 더 건강한 마음이 깃들기를. 그렇게 바람을 적어보는 오늘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은 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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