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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남의 편? 오십 부부의 세계

by 말상믿


중년으로 접어든 부부의 관계는 남편은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만큼 중년의 부부 사이는 편할 대로 편해진 동지애를 느낀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내가 엄마로 아내로 딸로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남편도 아빠로 남편으로 아들로 나보다 더 무게를 느끼며 중년이 되었을 것이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세월만큼 서로 익숙해지고 데면데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찰나의 틈을 타 자신의 쾌락과 욕구가 다른 곳을 향하면 그게 중년의 불륜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2020년 화재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이어지면서 이태오가 외쳤던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내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중년 여성의 마음을 내리쳤던 드라마가 생각난다. 각자 열심히 살았고 자식에 대한 사랑과 부모로서의 역할은 충실한데 반해 부부의 사랑만큼은 온도차가 달랐던 중년의 성을 다룬 이 드라마가 핫할 수 있었던 것은 중년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예민한 문제를 세상 밖으로 꺼내 이슈를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오십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과 공허함, 허무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비단 이 감정은 여자나 남자나 느끼는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때에 각자 다른 곳으로 마음과 눈이 가면 기회는 호시탐탐 찾아와 부부의 관계를 망쳐놓곤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바깥이 아닌 안에서 삶의 중심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



부부의 관계는 좋다가도 한번 잘못 어긋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물론 부부는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혼을 결정하기도 하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원수 보듯이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지금의 중년을 맞은 나이면 성인 자녀가 분가를 하기도 하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각자 자신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 그로 인하여 자녀들은 얼굴 보기도 힘들고 오롯이 부부만의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보통 주변 분들에 이야기를 들으면 중년이 되어 부부만 남았을 때 더 사이가 좋아지는 부부들도 있지만 더 어려워져 서먹서먹해지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왜 아니겠는가? 힘든 사회에 적응하며 자녀들 뒷바라지하고 바쁘게 살다가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니 중년이 되어있다. 즐겁고 좋은 날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날들이 더 많았을 텐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들은 부모는 뒷전이고 자기 살기 바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부부 사이는 소원해져 데면데면 해진 관계가 중년 부부의 현실일 것이다.



그렇게 소원해진 상태에서 때론 한눈을 파는 부부도 있을 것이고 각자 새로운 삶을 찾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것도 몇십 년 동안 함께 살면서 권태기와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부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중년이 되어 처음 느끼는 남편의 배신(?)에 쓴맛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의 한순간의 일탈이 나의 믿음을 꺾고 신임을 잃게 만든 일이 내게도 있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하기엔 남편이 싫어하는 관계로 지면에 적을 수는 없지만 한 번의 실수는 두고두고 회자가 된다. 그 일로 나는 이틀을 집을 나가 방황을 했었다. 내가 온전히 잘 살아왔다 믿는 내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지금은 그저 흔한 에피소드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때의 마음과 슬픔과 분노는 때때로 나의 기억으로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삶은 계속된다. 예전 젊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나는 절대 못 산다. 그냥 이혼해야지. 미쳤어. 그 꼴을 보게'라는 말로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겠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것도 남편과의 타협이 아닌 나 자신 스스로의 타협을 하게 된다. 결론은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사이는 더 좋아졌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돌이킬 수 없는 남편의 행보가 아니고 잠깐의 일탈로 일어난 일이라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도 있다. 잠깐의 위기를 넘어 지금은 여전히 사랑하는 부부로 잘 살고 있음을 느낀다. 부부는 함께 나이 듦으로써 서로의 모든 변화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던가?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더 신경 쓰고 더 관심을 쏟는 사이가 되었다. 조금은 데면데면할 수 있는 일들을 재미난 거리를 만들고 추억을 쌓는 여행을 자주 다니며 작은 일에도 서로 응원해 주는 마음의 노력을 한다.





미국 코넬 대학 연구팀이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격정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에서 30개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열렬히 사랑해도 고작 1년에서 3년밖에 안 되는 것이다.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한 결혼이지만 그런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것도 고작 길어야 3년이면 오십이 될 때까지 서로 사랑의 열정은 쪼그라들고 아이들에게 정성과 헌신을 쏟으며 유지되는 기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년 부부의 사랑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년의 사랑을 동반자적 사랑으로 표현하는 글을 읽었다. '동반자적 사랑은 서로의 삶이 깊이 관여된 사람에게 느끼는 동지애와 같다. 이는 마치 험난한 인생이라는 경기를 함께 벌여나가 우승을 쟁취하여야 할 팀의 동료에게서 느끼는 감정과 같다. 인생의 여러 굴곡을 함께 넘어가는 동료로 서로를 인식하고 믿음과 존중 애정과 헌신 관심과 응원을 서로 끊임없이 나누는 사랑이 동반자적 사랑이다. 이런 관계는 권태기에서 겪게 되는 위기를 이겨내고 안정기를 맞이한 부부들에게서 보이는 사랑이다.'라는 글을 봤다. 딱 중년의 부부에게 어울리는 글이라 메모를 해두었던 기억이 난다. 동반자적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들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포옹하며 인사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서로를 꼭 안아준다

재미있는 일이나 뉴스가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배우자에게 알려주고 얘기를 나눈다

서로 사랑을 표현한다

배우자가 말할 때 경청한다

배우자의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자신이 메꾸어 주려고 노력한다

서로의 일과를 공유한다

고민이 생기면 주저 없이 배우자에게 얘기한다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같이 세우고 같이 실천한다

둘 사이 관계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힘든 일은 없는지 자주 묻고 서로 조언을 구한다

서로 응원하며 격려를 멈추지 않는다

성적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동반자적 사랑과 함께 필요한 또 하나가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도 이런 글이 있다.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비결>

잔소리하지 마라

배우자를 바꾸려 들지 마라

비판하지 마라

진심으로 칭찬해 주어라

작은 관심을 보여라

예의를 차려라

결혼의 성적 측면에 관한 좋은 책을 읽어라



그중 결혼생활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보면 G.V. 해밀턴 박사의 설문 조사 역시 데이비스 박사의 연구 결과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해밀턴 박사는 몇 년 동안에 걸쳐 100명의 결혼 생활을 연구했다. 그는 이 사람들에게 결혼 생활과 관련된 4백여 개의 질문을 개인적으로 던지고, 그들이 가진 문제들에 대해 열심히 토론했다. 열띤 토론이었기 때문에 조사 기간만 4년이 결릴 정도였다. 사회학적으로도 중요한 연구였기 때문에 한 유명한 자선단체가 재정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G.V. 해밀턴과 케네스 맥거완이 공저한 《결혼생활의 문제는 무엇인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 결혼 생활의 문제는 무엇인가? 해밀턴 박사는 말한다. "편견에 가득 차 있고 주의력이 모자란 정신분석학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대부분 마찰의 원인이 성적 부적응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성관계가 만족스럽다면 다른 문제에서 비롯되는 마찰을 무시해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베노 박사에 따르면 결혼 생활이 실패하는 이유는 주로 네 가지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그 원인을 정리했다. 1. 성적 부적응 2. 여가를 보내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3. 재정 문제 4.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 이상. 여기에서 섹스가 가장 먼저 오는데 주목하라. 돈 문제는 겨우 세 번째로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섹스는 틀림없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남성과 여성의 행복을 산산조각 내는 대부분의 원인은 섹스이다."라는 내용이다.



중년 부부의 사랑을 얘기하면서 이런 글을 쓸 때면 나 역시 어색하고 쓸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유명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끄집어내어 얘기하려는 것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년도 똑같은 남자 여자가 나이가 든 것뿐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부부의 세계> 역시도 중년에 저지른 불륜이지 않는가? 중년의 나이에 성적인 매력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중년 부부의 관계에서 성을 논하지 않고 감추는데 급급한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력 없인 얻는 것도 없다. 물론 부부관계는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신뢰하고 믿음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함께 나이 들어감을 소중하게 느끼고 작은 것에도 당연함이 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나의 편이 되어야 한다.

중년, 오십은 사랑하기에 늦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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