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은 온다
난 정말 괜찮아서 괜찮았던 걸까?
마음수련이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오랜만에 화가 났다.
자꾸만 화가 나려는 마음을 호흡으로 가다듬는다.
예전에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늘 예민해 있었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도 많고 내 맘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짜증이 났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힘들 때면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집에서 쉬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져 이제는 그 화를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의 희망 사항이었나 보다.
한동안 화를 내지 않고 성질을 부리지 않았던 건 마음 수련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런 힘든 일들에서 벗어나 화낼 일이 없었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조금은 편안해지고 건강해지면서 나의 마음도 여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바뀌어서 바뀐 건지 이전과 상황이 달라져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화가 막 밀려오는 것 보니 아직 마음수련과는 먼 건 사실이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아서 온다고 했던가?
일요일 새벽에 시작된 아파트 천장 누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누수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고 관리사무소에서 여러 번 왔다 갔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
누수공사 업체를 불러 누수 진단을 하고 내일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위층 화장실과 난방 배관이 문제라고 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다행히 위층 주인분이 호의적이어서 공사를 시작하는 데는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화가 나는지?
거실 화장실, 주방 싱크대, 게다가 안방 화장실 근처까지 총 3군데의 누수가 있고 지금도 물이 떨어지고 있어 대아로 물을 받쳐놓은 상태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아침에 일어나 거실 전등을 키니 불이 안 들어온다. 월패드가 먹통이 됐다. 전등도 부분적으로만 들어오고 월패드도 터치가 먹히지 않아 관리사무소에 또 문의를 했더니 월패드 AS를 신청하라는 안내를 한다.
다행히도 전기누전은 아닌 것 같다고 하는데 멀쩡히 어제까지 잘 사용하던 월패드도 먹통이 되고 나니 진짜 이게 뭔가 싶고 마음 컨트롤이 안된다.
어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을 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거기에 집중을 하자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좀 느긋하게 생각하고 마음 컨트롤하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화가 또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변한 것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화가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냈을 텐데 지금은 참아진다. 화는 나지만 지금 화를 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내려놓게 된다.
그동안 했던 명상과 확언의 덕인 것 같다. 화가 나려고 하면 호흡을 크게 내쉬며 한번 삭히고 마음이 답답하고 급해지려 하면 잠시 눈을 감고 명상 시간을 갖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온다. 춥고 아직 소식은 없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지금 이런저런 문제로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내일부터 윗집 공사가 들어가고 집 누수가 잡히고 나면 도배며 싱크대며 상태 확인 후 교체도 해야 하고 한동안은 집 문제로 정신이 없겠지만 이 또한 잘 해결될 걸 안다.
여전히 마음수련이 부족하고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 화도 나지만 그 역시 잘 해결해 나가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세입자가 살았을 때 집에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는 데 더 복잡했을 텐데 그나마 지금 이런 일이 생겨 다행이고 감사하다.
위층 주인분이 문제에 대해 호의적이고 바로 공사 들어가겠다고 동의해 줘 감사하다.
위층 주인분이 화재보험을 들어놔 배상책임보험을 신청할 수 있어 부담 없이 공사를 진행하게 되어 감사하다.
이번 기회에 주방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화는 나지만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 않던가?
좀 더 유연해지자.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