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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버라이어티 한 하루

by 말상믿


가끔은 마치 머피의 법칙이 일어나는 것처럼 힘든 날이 있다. 하려는 일이 의도치 않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오늘은 예정대로 고구려 마라톤 하프를 뛰고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날씨를 보니 영하 8도.

며칠 전 무리했던 다리는 다행히도 통증이 조금 가시고 무리하지 않고 뛰면 뛸 수 있을 만큼 통증이 가볍게 느껴져 일단은 뛰어보기로 했다. 뛰다가 통증이 느껴지면 멈추겠다는 생각으로 채비를 하고 나섰다.

예상했던 날씨였지만 체감으로는 더 춥게 느껴졌다.


그런데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새벽녘에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 꿈인가 생각하다가 꿈이 아니란 걸 알았다.


토요일 오후 아랫집에서 올라왔다.

안방에 물이 벽지를 타고 흘러 벽지가 젖어서 왔다고 했다. "우리 집은 괜찮은데요. 무슨 문제일까요?" 저희도 지켜보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일단 우리 집은 문제가 없어 그냥 대견스럽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새벽 3시 갑자기 안방 화장실 쪽에서 똑똑 소리가 난다.


순간 아랫집에서 올라온 게 생각이 났다.

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하고 마라톤을 뛰러 가야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어제 걱정했던 무릎이 좀 나아진 듯 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뭐든 일상의 편안함은 편안할 때는 모르다가 무언가 일이 터지면 그것이 무지하게 신경이 쓰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것도 금방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일단 먼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생각하니 순서가 정해진다.

그렇게 못 뛸 것 같던 마라톤을 추위와 싸우며 뛰고 왔다. 무릎은 다행히도 하루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아져 순조롭게 끝났다.


그리고 남편 부부동반 친구들 모임과 오늘 일정이 겹쳐 마라톤에는 큰딸이 동행해 주고 남편은 친구들 모임에 갔다.


하프 마라톤을 마치고 집에 와 씻고 혼자 모임에 참석한 남편과 합류하려고 모임 장소를 갔다. 그런데 모임 장소에 거의 다 도착해서 때아닌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멀쩡했던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급한 마음에 운전을 하다가 도로 커브길을 틀다가 뭔가 퍽 하는 소리가 났다. 뭐지 생각하고 이동하는데 순간 차 화면에 이상 오류 등이 뜨기 시작하더니 타이어 공기압 부족 신호가 뜬다. 펑크가 난 것이다.


힘들게 마라톤을 뛰고 그냥 쉴 걸 남편이 혼자 부부동반 모임에 나간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 함께 참석해 주려고 합류하려고 한 건데 모임 참석은 못 하고 일을 더 만들었으니 또 이 일은 어떻게 풀어갈까를 생각했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 보험사 긴급출동을 불러 근처 타이어뱅크에 타이어 교체를 맡겼다. 타이어 교체 시기도 되고 해서 4개 타이어를 다 교체하고 났더니 기름에도 불이 들어온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일을 벌이는 내가 아닌데 오늘은 왜 그런지 하는 일마다 의도하지 않게 겹쳐서 일이 일어난다. 다행히 근처에 타이어 뱅크가 있어 타이어 교체를 맡기고 모임에 참석했다. 이미 시간도 어느 정도 흘러 분위기도 그렇고 기분 좋게 마라톤을 뛰고 한잔하고 대리운전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분위기가 끝나는 분위기다.


모임을 마치고 차량을 찾아 집에 와서 남편과 집 근처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집에 왔더니 이건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22km 하프를 뛴 나는 정작 괜찮은데 큰딸의 얼굴이 찬바람에 오래 노출해서 그런지 띵띵 부어 있다.

아무래도 오늘 내가 욕심을 부린 게 맞나 보다.


오늘은 참 버라이어티 한 하루 다.

아침 3시에 깨서 시작한 하루가 아직까지도 마무리가 안된 느낌이다.


가끔은 하려는 일들이 의도치 않게 흘러가기도 하고 머피에 법칙이 작용하는 날이 있다. 무릎 통증으로 뛰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정을 무사히 마친 반면 그로 인해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진다.


뭐든 그런 와중에도 중요한 일과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다.


아침에 잠깐 그냥 오늘 마라톤을 뛰지 말까? 이건 하지 말라는 신호인가 생각하다가 아니야 그래도 자신과의 약속이니 일단 할 것들을 하고 다음 일을 해결하자 생각했는데 그런 하루가 참 버라이어티하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는 멋진 하루였다.

추운 날 함께 뛰는 동철 님이 주신 핫팩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큰딸의 배려에 사진도 찍고 도움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피곤하지만 아쉬워하는 나를 위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준 남편의 마음에도 힘들지만 하루는 그렇게 감사함으로 지나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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