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생각

부모의 마음

by 말상믿


나이가 들기 전에는 부모의 마음은 단순히 내가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도 그리 좋은 말이라고 인식하기보다 잔소리나 반복하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철없는 자식들에게 부모님들은 늘 '너도 너 같은 자식 낳아서 길러봐라'라고 하는 것일까? 오십의 나이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온 마음으로 느끼는 나이다.


40대 까지는 정신없이 살면서 자식 키우고 뒷바라지하느라 그것이 부모의 책임이고 숙명인 것처럼 자식들에게 헌신을 다 하다가 50대 자식이 크고 이제는 더 이상 부모의 기본적인 지원이 없어도 될 시기가 되면 그동안 자식들에게 쏟았던 정성과 기대, 사랑, 그리고 헌신이 무색하기만 하다.


80대인 친정 부모님들께 가끔 서운한 감정이 들 때면 '엄마 아빠는 자식들 참 편하게 키웠잖아. 각자 다 알아서 컸지, 엄마 아빠 힘들게 한 자식이 있어?'라며 서운한 감정을 쏟았던 지난날이 부끄럽기만 하다.


알아서 큰 자식이 몇이나 있을까?

풍요롭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5형제 먹여 살리려 한 번도 쉬지 않고 삶의 전선에서 노력하며 살았을 부모님의 노고와 그런 상황과 힘듦을 알기에 각자 자립심 강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하며 잘 살고 있는 형제들이 느끼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각자 다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6개월 전 회사 기숙사 오피스텔로 자취를 나갔던 큰딸이 전셋집을 얻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내일 집에서 큰 딸의 옷가지며 필요한 생활용품들이 이사 나가는 날이다.


일주일 전 집에 와서 짐을 싸고 이사 당일 부동산 일정으로 못 올 것을 생각해 일주일 동안 큰 딸방에 쌓아놓은 짐들을 보니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나마 자취하고 있을 때는 옷가지며 큰딸의 짐들이 집에 있어 매주 집에 오곤 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이사를 하고 나면 작은딸처럼 어쩌다 일이 있을 때만 오는 진짜 내 집이 아닌 부모님 집이 되는 것이다.


딸들을 위해 산 가구며 주인 잃은 침대는 그나마 딸들의 온기를 채우기라도 하듯 덩그러니 남아있다.


힘든 시절 정작 아이들 사춘기 때는 변변한 크기의 집도 장만하지 못해 24평 방 2개 있는 평수에 각자의 방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고 매번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며 사춘기를 보냈다.


이제는 정작 여유 있게 각방에, 여유롭게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도 주인 없는 빈방과 잘 쓰지 않는 여유 화장실로 남은 이 공간이 넓게만 느껴진다.


자식을 모두 분가시키고 이제 남편과 단둘이 남은 이 시기. 우리 딸들은 언제 이렇게 컸나?


정신없이 자식들을 키우고 정작 조금의 삶의 여유가 느껴져 부모님의 정을 온전히 주고 싶어도 자식들이 떠나고 없다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이제 자신만의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안식을 찾을 자식을 떠나보내는 나의 마음도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진짜 부모가 되어가나 보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듯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의 섭리처럼 모든 것이 또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나가겠지만 삶은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들과 마음들이 남아 추억이 되고 자신의 삶이 되는 것이겠지.


내가 나의 부모님 곁을 떠나 온전히 나의 보금자리를 찾고 안정된 안식처를 만들며 잘 살아왔듯이 나의 딸들도 자신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안정된 안식처를 만들며 잘 살아줄 것을 믿는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나의 딸들이 알 때는 지금의 나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쯤 되려나?


새로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 우리 딸들을 항상 응원한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 그리고 내가 그랬듯. 우리 딸들도 잘 살아 줄 것을 믿는다.


1년 전쯤 작은 딸의 분가에도 마음이 울적해 며칠을 울먹였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큰딸마저 분가를 한다고 하니 두 번째는 마음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그럼에도 딸들을 향한 믿음이 있기에 나는 또 나의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상의 평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