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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Jun 06. 2024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그저 거짓말은 나쁜 것이니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초적인 생각뿐이라면 거짓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거짓말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알면 인간은 거짓말을 안 하게 될까?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거짓말이라도 언젠가는 들통나기 마련이다. 특히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해도 이전에 했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대부분은 결국 계속해서 더 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거짓말은 본인 사회적 평판과 직결되며, 한번 나를 불신하게 된 상대와 다시금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나 역시 거짓말을 한다. 굉장히 솔직한 편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선의의 거짓말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거짓말을 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가 전화를 해서 한번 보자며 약속을 잡으려고 할 때면 '아 그날 약속이 있는데'라며 슬쩍 약속을 미루기도 하고 바쁜 일이 없는데도 그날은 내가 바빠서 안될 것 같은데라며 거절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이런 하얀 거짓말, 남을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쯤은 손으로 꼽지 않아도 자주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익숙하게 하는 순간의 거짓말들이 나중에는 일파만파 커져 걷잡을 수 없을 때가 종종 일어난다. 가끔 음주 운전으로 새 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연예인들의 거짓말들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어제저녁 우연히 남편 거래처 사장님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평소 회를 좋아하시는 사장님이라 산지에서 직송한 회를 들고 우리 집으로 저녁에 왔다. 이 사장님은 남편의 오랜 사회 후배이기도 하다. 워낙 오래된 친분도 있고  남편 회사 임가공을 처리해 주는 거래처로 오랫동안 함께 해와 형님 동생으로 지낸 지 오래다. 가끔 나도 함께 술도 한잔 하며 좋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다. 그런 관계에 어제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남편은 중소기업을 임대로 공장을 운영했었다. 그러다 3년 전 공장을 사고부터 온전히 우리 공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 왕래하는 이 사장님의 공장에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데 공장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고 했다. 임대한 공장에서 텃밭도 하고 공장 뒤편 야산에 닭장도 키워 참 좋은 주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남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그렇게 말하면 다 믿기 나름이지 아니라고 볼 일이 아니니 믿는 게 기본 일 것이다. 그저 주인을 잘 만나 임대를 쓰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내가 몇 번 공장에 방문했을 때 물어도 똑같이 얘기했고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제 문뜩 술 한잔하고 술이 거하게 들어가면서 공장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이자율이 어떻고 그런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공장이 임대가 아니고 산 공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면 왜 공장이 자신의 공장인데 임대를 한 공장이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고, 또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해도 중간중간 얘기할 상황이 많았을 텐데 그것을 계속 아니라고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속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공장이라고 했으면 더 축하해 주고 공유할 얘기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람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남편보다 먼저 공장을 샀지만 여전히 남편은 임대를 쓰고 있어서 그저 무심코 했던 말이 거짓말이 되었을까? 이 사장님 말은 남편 회사 임가공 거래처인데 솔직히 자신이 공장을 샀다고 하면 좀 그런 것 같아서 그랬다며 얼버무리지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우리가 공장을 구입한 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임대를 쓰고 있다고 한 이유도 그렇고 그렇게 거짓말을 했으면 그냥 끝까지 말을 하지 말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은 가려지지 않는다. 저 바닥 밑에 자리하고 있는 듯해도 어느 순간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공장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로망은 자신의 공장을 갖는 것일 것이다. 기업이 조금씩 커가면서 공장도 함께 커지고 직원의 수도 늘어나고 기업이 커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오더를 주는 거래처라고 해도 그런 사장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런 일에 배 아파할 남편도 아닌데, 아니 설령 배 아파한다고 해도 굳이 그런 걸 거짓으로 일관하며 여러 번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하지 않은 걸 생각해 보면 남편은 어제 그 상황에 대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굉장한 신임을 버리지 않았을까 한다.


작은 거짓말도 자꾸 하면 더 커진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어제의 가벼운 술자리에서 시작한 말들이 술이 과해 나온 진심이라면 더 마음이 안 좋다. 오랜 세월 그것도 좋은 관계로 사업 파트너로 지내온 시간과 관계를 생각해 보면 작은 것에서 마음에 신임을 잃는다. 사회적 거래 관계는 정해진 룰을 따른다. 좋은 관계라고 해서 더 좋은 조건을 주며 오랜 기간 거래할 수 없다. 그저 서로의 신임과 믿음으로 연결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신임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의도가 어떠했던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 그것을 알게 되면 상대방의 기분은 허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거짓말을 하고 들켰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거짓말은 드러나지 않을 때가 차라리 더 좋다는 생각이다. 가끔 시댁에 아버님께 전화를 자주 드려야 하는데 자주 못 드리고 찾아뵙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여보 주말에 일이 있어서 못 갔다고 아버님께 말씀드려 줘' 하면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아' '그냥 못 갔다고 하면 되지 뭐 하러 꼭 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라는 반응을 하는 남편인데 어제의 일은 어떻게 생각할지 다소 궁금하긴 하다. 그것도 오랜 세월 함께 한 관계라 말은 하지 않아도 남편의 마음이 읽히는 것은 왜일까? 


오랜 세월 함께 하며 주고받은 사소한 얘기들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다 알 수 없다. 어떤 계기로 거짓말이 시작이 되었고 중간중간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정말 기회가 왔을 때는 진실로 말할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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