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생각

그럴 수도 있지

by 말상믿


'그럴 수도 있지'


언제부터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어떤 일에는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고 일희일비하며 따져 묻고 '이건 아니지' 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고 심호흡을 쉬어봅니다.


어제는 친한 언니와 곤지암 '화담숲'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왔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화담숲을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자연은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 줍니다.

화사하게 핀 꽃들, 이제 막 돋아난 새싹들, 노오란 수선화, 쭉쭉 뻗은 자작나무, 한 층 한 층 정성스럽게 쌓여있는 돌탑들.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고 걸어도 자연을 느끼며 걸으면 마음이 편안하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며칠 전 화담숲 예약을 할 때만 해도 세 명이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날 같이 가기로 한 A 언니가 비 예보로 주말 약속이 우리가 약속한 날로 변경되어 못 갈 것 같다는 말에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다른 약속 때문에 우리의 약속을 이렇게 쉽게 변경하는 게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고 한 명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굳이 표현하고 쉽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았는데 함께 간 B 언니와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제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마음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내려놓았던 감정들이 B 언니와 대화를 하다 보니 또 섭섭한 마음으로 얘기를 하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저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목소리를 높여 섭섭한 마음을 표현을 했을 것입니다. 솔직함을 무기로.. 그런데 A 언니와 통화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변한 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전날 두 언니가 전화 통화하면서 '은숙이가 예전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더 무섭던데'라고 말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며 살짝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랬지. 그랬어.

전 같으면 저는 분명 섭섭한 마음을 다 대놓고 얘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든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B 언니와 대화를 나누다 언니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나도 너 나이 때는 그랬어. 그런데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지금은 크게 화날 일도 없고, 기분 나쁜 일도 없어"


"약속이 틀어져 못 가면 안 가면 되고, 갈 수 있으면 혼자 가면 되지"


"이 나이 되고 보니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이해 못 할 일도 없더라"


나 역시 전날 그렇게 생각하고도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었는지 다시 얘기를 꺼내자 그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급급했는데 B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미소로 답해줍니다.


생각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인정하고 내려놓는 삶의 지혜를 더 알아가야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랬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말을 자주 쓰고 생각이 아닌 마음에서도 이런 여유가 생긴다면 지금 힘들고 어려운 일도 그리고 관계에서 잘 풀리지 않는 것들도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KakaoTalk_20250419_100213624.jpg?type=w773



언니와 셀카 사진 찍고 지브리 사진으로 변환.

A 언니도 함께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고 다시 셋이서 함께 할 여행을 바라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면서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