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큰딸과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좋고 텃밭에 다녀온 지 2주가 되어 궁금하기도 해서 잠깐 들렀습니다.
4월의 텃밭은 아직까지 완전한 텃밭이라기보다는 준비단계에 있어 그리 손이 많이 가지는 않습니다.
2주 전에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심어놓은 쌈 채소들은 모두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법 모양새를 만들고 각자 자신의 색을 내며 금방 탐스러운 쌈 채소로 자랄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그사이 텃밭에는 철쭉도 피고 라일락 향기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라일락 꽃내음을 맡으니 향기에 취합니다. 이번 라일락꽃은 작년보다 꽃송이가 탐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른 봄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정리할 요량으로 뽑아서 다른 곳으로 옮길까 생각해서 그런지 꽃이 예년보다 풍성하지 않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마도 가지치기를 잘못했나 봅니다.
작년에 심은 꽃잔디도 탐스럽게 꽃을 피웠습니다.
땅은 참 신기합니다.
한번 심어놓은 것들을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같은 자리에 어김없이 절기에 맞춰서 새싹을 올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와 결과를 주는지 기특하기만 합니다.
겨우내 눈밭에 있던 대파가 이제야 제 모습을 하고 통통해지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씨 뿌린 달래도 여기저기 올라오고 작년에 풀인 줄 알고 열심히 뽑았던 명아주도 텃밭 가득 올라왔습니다.
작년에 블로그 이웃인 조금 젊은 아낙님 덕분에 알게 되어 이번에는 막 올라온 어린 새싹을 채취해 나물로 무쳐먹어 볼 생각입니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은 모르면 풀 알면 약이 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바뀐 것은 자연물 하나하나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하찮은 풀이라고 생각했던 명아주도 나물이 되는 신기함을 맛보고 있습니다.
2주 전 두릅과 마가목 새순도 채취해 장아찌도 담가놓았습니다. 고기 구워 먹을 때나 한 번씩 입맛 돋우는데 향은 독특하지만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어 매년 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조금 더 올라온 미나리와 부추는 향이 끝내줍니다.
저녁 두릅, 미나리, 부추전도 한 장씩 부쳐 맛을 볼까 합니다.
4월의 텃밭은 아름다워졌습니다.
철쭉으로 화사해지고 라일락꽃의 향기에 기분이 좋습니다. 땅을 뚫고 올라온 백합꽃도 이제 조금 있으면 피겠지요. 수줍게 피어 올린 수선화는 이제 꽃이 졌습니다.
아직은 풍성한 텃밭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숨어있는 봄의 전령들을 만나기에 4월의 텃밭은 충분합니다.
언제 따라왔는지 싱크대에 아주 작고 귀여운 달팽이도 만났습니다.
내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야겠습니다.
올해 텃밭 한편으로 입양해 온 눈개승마와 당귀입니다. 내년이 되면 좀 더 풍성해지겠지요.
텃밭이 협소해 입양도 많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매번 텃밭으로 데리고 올 녀석들은 느는지..
그래도 작년에 심은 아스파라거스가 굵고 연하게 올라오는 것 보니 텃밭은 심는 재미 크는 재미 가꾸는 재미 얻는 재미로 키우나 봅니다.
4월 텃밭은 풍성해 보이지 않아도 많은 것을 내어줍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