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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말하자니 치사한 것 같고 안 하자니 힘들고

by 말상믿


가끔 마음이 그럴 때가 있다.

한 번씩 잘하다가도 뿔이 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것도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어제오늘 친정에 아빠 주간보호 센터 변경 일 처리로 바쁘게 보냈다. 친정에 아침 일찍 갔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왔다.


부모님 일이고 자식이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해 주는 건 당연하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한 번씩 하다 보면 늘 친정 부모님 일이 내 몫이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형제들이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다들 직장에 장사에 시간 내기가 만만치 않아 시간을 낼 수 있는 내가 주로 잔 일들을 처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매번 하는 사람은 내가 된다.


그렇다고 평소 형제들에게 어떤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더 한다고 해서 형제들에게 특별히 생색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한 번씩 올라오는 마음은 딱 그렇다.

말하자니 치사한 것 같고 안 하자니 힘들고.


부모님을 데리고 이런저런 일을 보다 보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큰돈은 아니더라도 매번 일결을 보다 보면 그런 비용은 표도 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닌데 하다 보면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내 부덕이다.


한 번씩 잘하다가 속이 상하고 힘이 빠지는 건 엄마의 반응이다. 매번 시간 내서 그렇게 하는 자식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시간 없고 못 오지만 한 번씩 큰돈 쓰는 자식에게는 너무 고마워하고 어려워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밴댕이 소갈딱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마음이 딱 그렇다. 바빠서 못 오는 것도 이해하고 각자 상황대로 부모에게 하고 사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때로는 시간 쓰고 돈 쓰고 거기에 엄마의 자식에 대한 편애를 느낄 때면 오늘처럼 뿔이 난다. 그런데 이마저도 순전히 내 생각이다.


'늘 고맙다 고생한다 우리 둘째 딸이 최고다'라고 하시며 미안해하시는 부모님이라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형제들도 각자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데 이런 나의 생각으로 투정을 부리기도 뭐 하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드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말하자니 치사한 것 같고 안 하자니 힘든 것 같고. 이런 마음이 드는 내가 마음에도 안 들고 아무튼 지금의 기분을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언젠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지금 나와 비슷한 얘기로 고민하는 사연자가 있었다. 스님의 답변은 이랬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할 때는 좋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힘들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남 탓을 한다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고 꼭 해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니 그런 마음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맞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이 시켜서 좋아서 해놓고 굳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마음을 들킨 것 같다. 오늘의 마음이 딱 그렇다.


집에 와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늘의 이런 마음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남편 역시 같은 말을 해준다.

'부모에게만큼은 조건 없는 마음으로 해야지. 네가 좋아서 해놓고 서운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맞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생각해 보니 정말 어쩌면 이런 일들을 내가 원해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부모님이 절실히 원하기보다는 부모님께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욕심을 낸 것이라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친정집 욕실 공사 건도 그렇고 아빠 주간보호 센터 변경 건도 그렇고. 지난 주말 친정 가서 형제들이 모였을 때 다 내가 먼저 건의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한마디 더 덧붙인다.

자신이 얘기를 꺼내서 혼자 처리할 수 있으면 그건 추진력이 좋다는 말을 듣지만, 혼자 처리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의견으로 다른 형제들에게 그리고 부모님에게 짐을 지게 하는 것은 추진력이 아니라는 말에 또 한방 맞은 듯하다.


어쨌든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마치고 기분은 더 나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조언해 준 남편이 고맙다.

친정 일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짜증을 낼 수도 있는데 부덕한 나의 마음에 진솔하게 대화해 줘 감사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드리고 싶으면 공사비도 내가 댈 테니까 해 드리라는 말이 고맙다.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그런 마음은 애저녁에 개나 줘 버리자.

그나마도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이런저런 일들로 고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조금 삐딱한 마음이 들어도 그런 마음을 잘 보듬어 주는 남편의 조언에 감사하다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하루를 잘 보냈음에 감사하다.


말하자니 치사한 것 같고 안 하자니 힘든 것 같은 오늘의 마음은 여기서 끝. 부덕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한참을 고민하다 썼지만 글을 쓰면서 또 나의 마음을 알아간다.


오늘 하루도 감사한 일 3가지를 느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한 삶이다.

부족한 나를 반성하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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