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어지간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유하고 부드럽고 모난 곳이 없는 사람이
울퉁불퉁해지고 뾰족해졌다.
매일 아침 조용히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며 나의 단잠을 깨우던 그에게서 냉골의 바람이 분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좀처럼 화를 잘 내지 않는 남편은
한번 화가 나면 크게 화를 내지 않아도 무섭다.
평소에는 귀엽고 포근한 곰돌이 푸우 같다가
화가 나면 성난 맹수 같은 눈으로 변한다.
저렇게 귀여운 표정에도 그런 사나운 표정이 숨어있다.
어떤 것에도 여유가 있고
중립을 잘 지키는 사람인데
내가 간섭하면 싫어하는 몇 가지에 한해서는 예외다.
남편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에
나의 의견이 개입되는 게 싫은 거다.
말다툼으로 거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오늘 당신 참 나쁘다."
이 말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늘 "당신 잘하지"라며
인정과 배려로 등을 토닥여주며
나의 아픈 몸을 여기저기 만져주는 남편이
긴 말도 아닌 짧은 말로 나를 제압한다.
"오늘 당신 참 나쁘다."
나의 어떤 말에서 저런 느낌을 받았을까?
나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분명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화를 낼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제의 대화가 남편을 저렇게 화나게 할 일인가는 몇 번을 생각해도 조금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중요한 건
동그란 남편이 뾰족해졌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던 원인을 제공한 건 나다.
아침 출근길 인사도 배웅도 하지 않고
모른 척 침대에 누워 나만의 시위를 이어갔다.
마음이 안 편한 것 보니 내가 잘못한 게 맞다.
다른 때 같으면 조용히 다가와 백허그로
나를 안아 내 마음을 풀어주던 사람이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는 얼음골 같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말 못 할 감정이 남았나
남편의 향기가 내게 말을 건다.
치고받다가도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어리석음으로 괜한 감정 소비를 하지 말자.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로 받아들이자.
굳이 지금 내 마음이 이렇다고 내세우지 말자.
서로의 시간이 흐른 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
손 내밀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이 허해서 그런가
아침부터 단 게 무지 당긴다.
어제 던킨도넛이 사고 싶더라니.
달디단 던킨도너츠에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이
그나마 나의 아침에 위안과 여유를 준다.
남편에게도 남편만의 위안과 여유가 찾아오기를.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