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불편하신지.
10분을 1시간처럼 앉아 계신다.
딸 집에 오랜만에 왔다고 하더라도 딸 집이 아닌가?
언제부터인지 부모님은 자식들 집에 거의 오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대부분 일이 있을 때 자식들이 부모님 댁으로 찾아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신다.
친정 부모님 댁 화장실 공사로 아침부터 분주하다. 생활하는 집 공사를 하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처럼 몇 시간을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고 먼지며 작업 중이라 차라리 나와있는 것이 편하다.
나름 생각해서 편하게 계시라고 아침 일찍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왔다. 집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언제 집에 가냐며 계속 묻는다.
물론 아빠가 인지력이 떨어져 현재의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금방 시간이 지나면 또 묻고 한다 하더라도 원인은 거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부모님 집에서만큼 활발하지 않고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기에 몇 번을 집에 언제 가냐고 묻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발 뻗고 사는 집이 제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딸들이 분가하고 남편과 둘만 남은 집이 때로는 쓸데없이 넓어 허전하다는 생각도 든다. 딸들도 분가하고 나니 어쩌다 주말이면 한 번씩 집에 오지 우리가 딸 집에 갈 일은 거의 없다.
나 역시 딸 집에 가 있으면 지금 부모님처럼 불편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얼른 내 집에 가고 싶다 생각할 것 같긴 하다.
오후 공사 마무리 시간에 맞춰 다시 부모님 댁에 모셔다 드린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전철을 타고 가도 되니 전철역까지만 데려달라고 하시는 부모님.
뭐가 그리 불편하실까?
자식이 하루 왔다 갔다 한다고 문제 될 게 없는데도 뭐 하러 시간 버리고 힘들게 왔다 갔다 하냐는 것이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부모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이라도 자식에게 피해 주기 싫고 하나를 주면 줬지 받는 것은 부담스러워하시는 부모님.
몇 시간째 기다리는 동안
텔레비전을 보고 소파에 누워 계셔도 편안함보다는 부모님의 따분함과 답답함이 느껴져 마음마저 편치 않는 시간이었다.
함께 어디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긴 시간 걸어 다니는 것을 힘들어하시는 아빠 때문에 어디를 가기도 어렵다. 욕실 공사 전 엄마의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당신 집에서는 그렇게 편한 상태로 뭐라도 자식들에게 챙겨 줄 것 없나 늘 챙겨주시는 인정 넘치는 부모님이 딸 집에서는 소파에 누워 편하게 계시라고 해도 좀처럼 불편한 마음을 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낯선 공간 탓인지. 분명 마음 탓은 아닌데.
부모님이 딸 집에 와서 그렇게 불편해할 일인가 싶다.
자식은 부모님 집에 가면 어느 곳이라도 몸만 누우면 쉴 곳 천지인데 부모님은 자식 집에 와서 어디 하나
엉덩이 편하게 붙이고 앉아 있을 곳이 없나 보다.
부모님 집에 가면 양손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면서 정작 부모님 모셔다 드리는 양손에는 드릴 것이 없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만큼 잘한다는 것은 어쩌면 애초에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