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장과 마음으로는 이미 42.195km를 달렸다

by 말상믿


내가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코로나로 다니던 수영도 그만두고 마땅히 할 운동도 없고 사람들을 피해 혼자 뛰는 것이 좋아 뛰다 보니 수원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신청하고 뛰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함께 모여 뛰는 게 아니라 혼자 뛰고 기록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처음 시작한 마라톤 대회지만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뛰었던 코스로 뛰고 기록을 인증하면 되는 거라 부담도 없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10km를 뛰었다.


3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마라톤 인구가 늘지 않아 동네 마라톤 코스에서는 뛰는 사람을 거의 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10km를 뛰는 사이 러닝을 하는 사람을 대략 30명쯤은 만나는 것 같다.


혼자 뛸 때보다 훨씬 좋다.

약간의 동질감도 느끼고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말은 주고받지 않지만 함께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 힘을 받는 것 같다.


아침 일찍 마라톤을 뛸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대통령 사전투표가 있는 날이라 사전투표를 하고 마라톤을 뛸 코스로 이동했다.


사전투표를 하고 온 이유는 지지하는 후보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빨리 보내고 싶어 사전투표하는 첫날 서둘러하고 왔다. 오늘부터 시작된 대선 투표 레이스에 꼭 승리하기를 기원하며 마라톤을 뛰었다.


마라톤을 뛰기 전에는 10km만 뛰고 마무리할까 생각했는데 14km를 뛰고 마무리했다.



SE-f3f6ea99-96a6-4c02-a7f7-920084ace6d3.jpg?type=w773


마라톤을 뛰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마라톤 용품이 늘어간다. 처음 시작할 때는 러닝화도 없이 뛰다가 한 켤레를 사고 지금은 3켤레가 되었다.


러닝 양말에 선글라스, 모자, 계절별로 겨울에는 겨울에 필요한 장갑과 귀마개, 비니, 바람막이 점퍼를 구입했다면 여름에는 러닝 티셔츠와 반바지, 러닝 양말, 모자, 러닝 벨트 등 뛰면서 필요한 용품을 하나씩 구입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마라톤을 뛰면서 다 갖추고 뛰기보다 가볍게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뛰거나 레깅스를 입고 뛰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복장은 대담해지고 다양하게 갖춰진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신발이다.

러닝은 말 그대로 발로 뛰는 것이니 신발만큼은 자신에게 맞는 좋은 것을 구입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리고 장거리 햇빛을 받으며 뛰다 보면 눈의 피로가 느껴지는데 선글라스 역시 구입할 때 좋은 것을 구입해야 자주 쓰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구입하고 싶은 것은 러닝 가민 워치다.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복장과 마음만으로는 이미 42.195km 풀코스를 뛰고도 남을 것 같은데 올해 하반기에 뛸 수 있을까?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2월 고구려 마라톤에서 22km 하프를 뛰었다.

일상에서는 매주 2번 정도 평균 15km를 뛰고 있다.

그 사이 복장도 다양하게 갖춰지고 있다.


주 2회 정도 마라톤을 뛰다 보니 발에 맞는 신발도 조금씩 파악이 되고 있다. 신발도 여러 개를 신고 다양한 킬로수를 뛰어보니 나에게 맞는 신발이 생겨난다.


처음에 산 나이키 줌 플라이 6은 세계 6대 마라톤을 뛴 지인의 소개로 구입했다. 마라톤을 어느 정도 뛰어 본 나에게 맞겠다 싶어 몇 가지를 추천해 준 것 중 하나다.

SE-af3cdf15-d31f-4c62-9ff1-efc2b8011fc0.jpg?type=w773 나이키 줌 플라이 6


KakaoTalk_20250529_142755108.jpg?type=w773


발에 잘 맞고 가볍고 추진력을 주어 처음 신었을 때는 놀라울 정도로 속도가 나고 접지력도 좋아 이래서 신발은 좋은 것을 사야 하는구나를 처음 느꼈다.


그러다 하나를 더 구입해 번갈아 가면서 신고 싶어 텔레비전에서 윤세아 씨가 마라톤 뛰면서 너무 좋은 신발을 만나게 되어 정말 아끼면서 신는다는 영상을 보고 솔깃해 브룩스 러닝화를 구입했다.


그런데 나는 평소 10km 이상 뛰어서 그런지 신발은 가볍고 편했지만 장거리를 뛰는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아 러닝 할 때보다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신게 된다.


SE-26fdffcb-5c7b-4888-ac52-5869cbf72919.jpg?type=w773 브룩스 러닝화
KakaoTalk_20250529_142921043.jpg?type=w773


그리고 그 마음이 아쉬워 하나 더 구입한 러닝화.

아디다스 아디제로 보스턴 12는 직접 신어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입해 반품했다. 발볼이 없는 나는 아디다스 러닝화가 앞코 부분이 너무 넓게 나와 발이 헛도는 느낌을 받았고 잠깐 집에서 신고 뛸 때도 발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아 바로 반품했다. 뭐든 나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소용없다. 디자인은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SE-ad79e778-1eb8-42c4-98d8-70ff8736ff69.jpg?type=w773 아디다스 아디제로 보스턴 12


마지막 큰 딸이 마라톤 하는 엄마한테 선물해 준 뉴발란스 퓨어셀 SC 레벨 v4.




SE-b1d02a33-68a5-49a0-aaf1-492dd58226ea.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2729992.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2706397.jpg?type=w773


뉴발란스 최상급 레이싱화라는데 카본 플레이트를 적용해 경량성과 반발력을 극대화 한 상품이라며 나중에 풀코스를 뛸 거라고 하니 백화점 직원이 추천해 줘 구입하게 되었다. 레이스에 출전하는 상급 러너들에게 추천되는 모델이라고 하니 괜히 웃음부터 나왔다. 아직 풀코스는 한 번도 뛰어 본 적 없는 초보 러너에게 상급 러너들에게 추천하는 모델이라니..


그런데 뉴발 러닝화를 신고 몇 번 뛰어보니 정말 좋다. 발에 잘 맞고 가볍고 접지력도 좋고 무엇보다 나이키 러닝화보다 쿠션감이 더 좋게 느껴졌다. 신발은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든데 신고 달려보면 나에게 더 잘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낌이 온다.


그러니 그냥 달리기 전에 짧은 시간 신어 보는 것만으로 어떤 것이 더 좋은지는 사실 알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잠깐 신었을 때 발에 편안함과 디자인, 적당한 가격을 보고 살 수밖에..


자신에게 맞는 러닝화를 찾으려면 결국은 여러 종류의 신발을 신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달려보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다. 그래서 자꾸만 신발이 늘어간다. 복장과 마음만으로는 이미 풀코스 42.195km를 달렸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여기까지 글을 쓰면서도 피식 웃음이 난다.

오십의 중반에 마라톤을 얼마만큼 뛰겠다고 이리 진심일까? 그런데 한 가지 뛰면서 느끼는 것은 복장을 대충 하고 뛸 때보다 마음가짐도 다짐도 훨씬 진심이 된다는 것이다.


복장을 갖춰 입고 나면 뭔가 러닝 자세도 더 바르게 잡게 되고 준비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올해 버킷리스트 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소비를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복장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그때그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필요 요구사항이 있다. 그것들을 조금씩 충족시키면서 하나씩 해 나갈 때면 운동을 하면서 더 즐기게 되고 그런 계기로 더 꾸준히 하게 된다.


집에서 홈트를 하면서 레깅스와 스포츠브라를 입고 운동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편하게 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레깅스에 스포츠브라를 챙겨 입으면 집에서 운동해도 뭔가 전문가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튀어나온 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복근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 열심히 운동할수록 운동복을 즐겨 입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분명 지금은 부족하지만 복장과 마음만으로 이미 풀코스를 달려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어느 적당한 시기에 나는 풀코스를 뛰고 있지 않을까?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3.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4.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5.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6.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7.jpg?type=w773


5월 말 레이스는 조금 덥기도 하고 적당히 뛰기도 좋다. 보라색 야생화 꽃들(이름은 잘 모르겠다)이 지천이고 그 사이 빨간 양귀비꽃은 도도하다.


노란 금낭화도 앞다투어 피기 시작했고 키만큼 자란 초록 풀들은 반은 깎이고 또 반은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자란다.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2.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0.jpg?type=w773


SE-68c48c25-7e33-4f7d-bfdb-5437f806e12f.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2017330.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04.jpg?type=w773


나무들은 무성해져 그늘을 주기도 하고 체력은 어느 날은 뛰기 수월하다가도 어느 날은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통증이 느껴져 힘들기도 하다.


함께 달리는 러너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지금은 복장과 마음만으로 풀코스를 뛰고 있지만 머지않아 나만의 버킷 리스트가 기록되는 날이 또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그저 조금씩 달릴 뿐.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08.jpg?type=w773


KakaoTalk_20250529_140215492_19.jpg?type=w773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은 마음으로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