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육신이 썩자마자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든지,
글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
- 벤저민 프랭클린 -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끔 하는 버릇이 생겼다. 네이버에 나의 필명 '말상믿'을 적고 검색을 하는 것이다. 가끔 '말상믿'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나는 친절하게 말한다. 말하는 대로 상상한 대로 믿는 그대로의 앞 글자 [말상믿]이라고,
처음 네이밍을 지을 때만 해도 발음이 어렵고 흔하지 않은 네이밍이라 고민했는데 어떤 네이밍으로 바꿔봐도 말상믿에 마음이 갔다. 아마도 매일 되뇌는 문장이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너무 친숙해져 들을수록 정감이 가고 좋았다. 어느 날 블로그 이웃 글에서 자신의 블로그 이름을 포털에 검색하면 다른 비슷한 이름이 떴는데 드디어 그 이름을 이겼다는 글을 읽고 호기심에 바로 검색창을 열어 나의 블로그 필명 '말상믿'을 적고 검색을 눌렀다.
맙소사. 내 필명을 쳤더니 내가 썼던 글들이 뜬다. 유명 연예인들이 무명으로 있다가 유명해지면 자신의 이름을 포털 검색창에 쳐서 첫 번째로 뜨면 기분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 필명을 적고 검색을 해서 네이버에 뜬다는 생각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도 나의 필명 '말상믿'을 적으면 바로 글이 뜬다는 것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날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한 번씩 블로그 필명을 적고 검색해서 뜨는 글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많은 글 중에 어떤 글들이 뜨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블로그에서 보는 글과 네이버에 검색해서 뜨는 글이 다르지 않는데도 그런 방식을 택해서 일부러 보는 데는 뭔가 특별해진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얼마 전 한동안 검색하지 않았던 블로그 필명을 적고 검색을 눌렀다.
'어 이건 뭐지, 내가 쓴 글이 아닌데 떴네.' 하고 들어가 봤더니 얼마 전에 이웃이 된 이웃님의 글이었다.
무슨 글일까 궁금해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가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이웃님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서 얼마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의 글을 읽고 강하게 와닿는 구절을 인용하며 쓴 내용의 글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는 늘 자기 검열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거라 자기 검열을 한다고 해도 다 그 정도의 글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글을 써도 될까를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본 블로그 이웃의 글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사소한 글 하나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힘이 되고 공감을 줄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웃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이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웃님의 글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올린 글들이 포털검색에 뜨면 누군가는 읽는다. 어떤 사람이 읽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좋은 글을 써야 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오래 소통하고 지낸 이웃들이 공감과 댓글을 남겨주면 내 글을 읽었구나를 아는 정도다. 그동안은 내가 올린 글들이 블로그 이웃들만 보는 글이라 생각했다면 이 글을 통해 내가 쓴 글들이 알지 못한 누군가에게 한 문장이 마음속에 전달되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올 순 없어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과 자극을 줄 수 있구나를 알게 되니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나의 모든 행위가 가치를 갖게 된다.
얼마 전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 한 <열정보다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30,000회 조회 수를 달성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부터 연실 조회수 1,000회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다 한 시간 후 조회수 3,000회를 달성했습니다. '이거 뭐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7,000회 9,000회를 넘어 10,000회를 달성했다는 알림 문자를 보고 나는 흥분이 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30,000회 달성이라는 알림을 보고 '와 이게 실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30,000회 달성이라는 알림을 보고 나는 또 생각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는 그저 그런 글로 대충 보고 갔을 사람도 있을 거고 또 누군가는 블로그 이웃처럼 작은 한 구절이 마음에 닿아 좋은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다. 그때그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한 문장, 한 구절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연유로든 내가 쓴 글이 그런 순간에 마음에 와닿는 글이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저 나의 이야기로 글을 써보겠다 생각했고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면 그뿐이다. 요즘 김종원 작가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책을 필사한다. 필사 내용 중에 "진정으로 그대의 가슴속에서 나온 글이 아니라면 결코 한 줄도 세상에 내 보내지 말라. 그런 글은 한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라는 필사 글을 적으면서 '나 같은 글쓰기 초보는 어떡하나요?'라고 반문하면서 필사 글을 적었다. 그런 반문에 오늘 이웃의 글은 분명 나에게 다시 한번 '괜찮아요. 지금 잘하고 있어요'하고 힘을 주는 글이기에 충분하다. 글을 쓰면서 자신 스스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글이라는 것은 전달하는데 서로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진정으로 가슴속에서 나온 글이 아니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또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나의 글에는 고상함이라고는 없다. 어려운 단어도 많이 모르거니와 그런 단어를 써서 글을 포장하는 재주도 없다. 그저 나의 경험담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써 내려갈 뿐이다. 《1984》의 저자인 조지 오웰은 인간이 글을 쓰려는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고 했다. 잘난 체하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 멋진 문장을 쓰고 싶은 미학적 열정, 진실을 기록하려는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디에도 들어가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이유를 꼽았겠지만 나는 그저 오늘도 나의 작은 일상의 변화와 성장을 기록하는 글을 쓸 뿐이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매일 나의 일상과 생각들, 스쳐가는 경험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기록하며 글을 쓰려고 한다.
지금 쓰는 나의 글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도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한번 무게감이 느껴진다.
잘 쓰고 싶고, 좋은 자극을 주고 싶고, 여러 사람이 아닌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나에게는 글을 쓰는 좋은 가치를 갖는 것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