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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책 한 권은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한다

by 말상믿


글을 쓰다 보면 잘 쓰고 싶고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써놓고도 발행을 못하거나 지워버리고 내가 무슨 글을 써하면서 자책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차 한 잔과 함께 읽는 한 권의 책은 수많은 삭제와 고쳐쓰기, 퇴고를 거친 완성작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어떤 작가든 처음부터 멋지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는 작가는 드물 것이다.


작가 앤 라모트는 그의 저서 《쓰기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에서 "형편없는 초고"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유명 작가들 역시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자신이 쓴 글을 부인에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부인은 그의 글을 읽고 "당신의 글은 쓰레기감이에요"라는 비난 섞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비난에 버나드 쇼는 굴하지 않고 "맞아. 하지만 7번 교정한 다음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범접할 수 없는 작가의 예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멀게 느껴지더라도 세상의 모든 책은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첫 책을 쓰고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갑자기 어떻게 이런 책을 썼어?"

"난 절대 못 써."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지."


오십이 될 때까지 글 다운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나다. 그런 내가 책을 내고 이런 얘기를 듣는 데는 형편없는 일상의 글을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무료한 일상에 책을 읽었고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고 싶은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나의 일상 글들을 써서 블로그에 포스팅했고 그렇게 글이 쌓였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나를 위한 글을 썼다. 나를 알아가는 것에 집중했고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느 날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의 글들을 모으고 수정과 퇴고를 거치면 나의 이야기도 책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니 주변 반응도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책을 썼어"라고 물을 만하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가족과 나를 아는 가까운 지인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블로그에 쓰는 그런 흔한 일상의 글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긴 하다. 책을 읽고 그것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다 보니 주변에 블로그 이웃들이 하나 둘 전자책을 쓰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이 모두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마음이 생겼다고 금방 글을 안 쓰던 사람이 잘 쓸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부족하지만 매일 일상의 평범한 생각들을 글로 남겼고 그런 글들이 쌓였기 때문에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짧은 글이든 잘못 쓴 글이든 쓰다 보면 글의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는 것은 써보면 알게 된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으니 이것도 매일 글을 쓰면서 조금씩 느끼고 있는 나의 경험이다.


우리가 읽는 많은 책들은 한 번에 뚝하고 만들어져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다. 형편없는 초고, 남한테 보이면 창피해서 감추고 싶은 글들이 쌓이고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쳐 하나의 글과 문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어떤 자신의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책을 내고 싶은가 아닌가는 자신의 몫이지만 일단은 그 형편없는 초고를 써야 한다는 것은 예외가 없다.


에세이는 자신이 체험한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쓴 글이다. 시, 소설 같은 장르는 가히 넘볼 수 없는 장르라 하더라도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 내가 오십 이전에 한 번도 글 다운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오십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의 변화에 대한 경험을 글로 썼기 때문이다.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라는 말은 에세이에 너무 어울리는 말이다.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을 독자들에게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책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체험한 일상적인 경험들이 읽는 사람이 실제로 자신이 경험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하게 하는 것은 에세이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체험한 사건에 대해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것. 진솔한 글을 쓰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에세이 일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은 글이 된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잘 살고 싶다는 것이다. 잘 살지 않으면 솔직히 글을 쓰기도 어렵다.


우리 주변에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 등이 유난히 특별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상이 매일 버라이어티 해서 글을 특별하게 쓸 소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자신의 일상을 글로 쓰고 싶다는 것은 지금 그만큼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큰 변화든 작은 변화든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무언가를 쓰고 싶은 마음은 이미 잘 살고 싶다는 증거다.


유명한 작가들도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표현했는데 우리 같은 일반인이 쓴 일상의 글들이 얼마나 잘 쓰고 괜찮겠는가?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글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어떻게 할 것인지.


바라고 구하고 반성하고 깨닫고 그런 일상의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글로 쓰다 보면 글을 잘 쓰기에 앞서 자신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부족함이 있고 오늘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내일이면 또 다른 것들에 직면하고 어려움을 느낀다. 오늘 잘 살고 싶다면 형편없는 글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솔직한 글을 쓰자.

우리가 읽는 많은 좋은 책들은 그런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경우 글을 쓰기 때문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잘 살고 싶어지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이다.


창피하고 누군가가 보면 안 될 것 같은 글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글로 쓴다면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글이라도 자신에게만큼은 성장을 주는 글이 된다. 그리고 그런 글들을 계속 쓰다 보면 남들과 공유해도 조금은 괜찮은 글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글들도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한 줄에서 시작되었다. 쓸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쓰자. 형편없는 글이라도 솔직하게 쓰자. 부족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글쓰기는 멈추지 말자.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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