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는 마라톤과 꽤나 비슷한 점들이 많다. 얼핏 보면 두 활동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체력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를 쓰는 창작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두 활동은 하면 할수록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긴 시간을 들여 자신과 싸우고 꾸준한 훈련과 인내가 필요하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없이는 결코 완주할 수 없다는 점도 글쓰기와 마라톤은 참 많이 닮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두려움도 있고 용기가 나지 않아 선뜻 시작하기가 두렵다. 그러다 한 발짝을 떼고 나면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색해 몇 글자로 끝나기도 하고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아무 글도 쓰지 못할 때가 많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나는 뛸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막연히 해 보지 않은 거라 어렵다고 느껴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글쓰기나 마라톤이나 장거리 훈련이 필요하다. 어쩌다 짧은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긴 글을 쓸 호흡이 필요하다. 마라톤 역시 훈련하지 않은 사람이 100m 단거리는 뛸 수는 있지만 10km 마라톤은 단숨에 뛰기 어렵다.
나는 글과 마라톤을 함께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들이 어렵게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책 읽기와 글쓰기였다.
마라톤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했다. 평소 달기기 습관이 되어있지 않아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글을 쓴다고 책상에 앉아 원하는 글을 써 내려가기는 어렵다.
마라톤을 뛰면서 올해 처음으로 하프(22km)를 뛰었다. 10km까지는 평소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았던 사람도 단기간 연습하거나 러닝메이트가 있거나 페이스메이커가 있으면 조금 무리는 되지만 뛸 수 있는 거리가 10km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프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프는 단기간 노력한다고 되는 거리가 아니라 최소한 몇 번의 10km를 뛴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마라톤이 그런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전자책을 쓰는 것이 10km를 여러 번 뛰는 것과 비슷하다면 하프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쓸 정도의 거리가 된다. 물론 풀코스는 그런 경험들이 계속 지속되어야 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마라톤도 글쓰기도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 매일 일정한 거리를 뛰면서 처음에는 3km를 달리고 이후 5km, 10km를 늘리며 달릴 수 있듯이 글쓰기 역시 비슷하다.
처음에는 짧은 글로 썼다가 조금씩 쓰는 양을 늘려가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전자책을 쓰다 보면 어느새 책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풀코스는 솔직히 아직 뛰어보지 않아 느낌을 알 수가 없다. 막연히 하프를 뛴 경험으로 상상하며 올해 안에 풀코스를 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되는대로 꾸준히 10km 이상의 거리를 뛰는 훈련을 하고 있다.
마라톤도 뛰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구간을 만난다.
뛰면서도 그만 뛸까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글을 쓰면서 문장이 막히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는 자신이 쓴 글이 너무 형편없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 그때도 글쓰기를 멈추고 싶어진다.
그러나 지금 나에겐 글쓰기도 마라톤도 여전히 멈추고 싶지 않은 진행형이다.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스피드가 아니다. 완주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도 같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것이다.
글쓰기와 마라톤은 혼자 하는 싸움이라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마라톤을 뛸 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어도 결국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아무도 대신 달려 줄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조언을 구할 수도 있지만 결국 글을 쓰는 것은 온전히 혼자의 몫이다.
글쓰기도 마라톤도 혼자 하는 어려운 완주이기에 그 뿌듯함과 성취감은 남다르다. 피로하고 지치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그저 한번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달리기였고 처음에는 몇 줄 쓰는 것도 버거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고 쓰다 보면 완주라는 값진 보상을 얻게 된다.
글쓰기와 마라톤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는 성장과 보람이 있다. 각자만의 경험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마라톤은 몸을 단련시키고, 글쓰기는 마음을 단련시킨다.
결국 둘 다 자신을 넘어서는 여정이다.
언젠가 내가 10km 마라톤을 뛰는 걸 보고 친구가 자기도 뛰고 싶은데 10km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평소 2~3km를 뛴다고 하는 그 친구에게 내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테니 함께 뛰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 친구는 그날 나와 함께 10km를 단숨에 뛰었다. 마치 자신의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놀라는 표정이긴 했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뛸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는 혼자 10km를 뛰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또 한 번은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다.
달리기만 하면 가슴이 뛰고 심장의 이상을 느껴 뛰는 것이 어렵다며 자신은 절대 뛸 수 없다며 뛰기를 거부했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뛰는 사람이 많아지고 남편과 공원을 함께 걷다가 뛰면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걷듯이 뛰다 보니 지금은 3km는 무난히 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글쓰기와 마라톤은 한 번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수준은 미미하지만 작게 조금씩 시작하고 매일 실행한다면 못하는 것은 없다. 단 하지 않을 뿐이다.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인 경험이 쌓이면 계속해서 실력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것을 막론하고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마라톤과 글쓰기는 특히 더 그렇다. 잠깐의 노력으로 금방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연습과 훈련이 되면 자유자재로 다양한 경험을 늘릴 수도 있다. 경험은 다양해지지만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쓸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글쓰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매일 쓰는 연습을 훈련하다 보면 문장의 질은 나도 모르게 좋아질 것이다. 마라톤을 조금씩 킬로수를 늘려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원하는 킬로수를 달리게 되는 것처럼.
글쓰기와 마라톤은 비슷하다.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것이다.
못 뛰는 것이 아니라 안 뛰는 것이다.
글은 쓰고 싶은데 나는 못써. 글은 아무나 쓰나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글을 써야 쓸 수 있다.
몸이 안 좋아 나는 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 뛰지 못하는 결과를 얻는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다. 마라톤도 아무나 뛸 수 있다. 물론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분명 있지만 누구든 뛰려는 마음과 쓰려는 마음만 있으면 그리고 제일 중요한 실행만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는 오늘도 느리지만 꾸준히 글을 쓴다. 마라토너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완주하듯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쓰는 기쁨도 느낄 것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