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 요란했던 비는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집 앞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원천천의 물의 수위는 높아져 있고
여전히 출입 차단시설은 내려져 있습니다.
가끔씩 창문 밖 동태를 살피기도 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은
잔뜩 흐린 하늘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활짝 열어놓았던 창문은
바람이 너무 세서 살짝만 열어놓아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마저
세게 느껴집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뭐가 그리 바쁜지
요즘은 주위를 잘 챙기지 못하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때로는 나의 시간에 충실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기도 하고
가장 기본적인 가족관계를 챙기는 것 빼면
인간관계도 그리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문득 지나온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지게 되고
각자 사는 게 바빠 연락도 자주 못하고
지내는 게 일상입니다.
가깝게 지내던 언니가
집 근처 일 보러 왔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갔습니다.
자주 연락 못 하고 지내도
집 근처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습니다.
점심시간 때 방문이라
밥솥을 보니 밥이 없습니다.
얼른 밥을 안치고 언니를 맞이했습니다.
"은숙아 나 배고파"
그 말 한마디가 고맙습니다.
지나가다 어렵지 않게 들릴 수 있고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먹으며
잠깐의 대화에도 편할 수 있는 사람.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가끔씩 대화를 하다 보면
"예전에 네가 해준 밥이 그렇게 맛있더라"
어떤 지인은 된장국이 생각난다 하고
어떤 친구는 골뱅이 소면이 생각난다 합니다.
그 밖에도 김치부터 시작해
닭 볶음탕. 등갈비찜. 김치전.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그렇게 많은 것을 해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음식 만드는 걸 즐겨하지는 않지만
뚝딱 만들어 함께 먹는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저기에
친구나 지인들이 오면 부담 없이
집에서 자주 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언니는 오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은숙아 나 배고파"
"라면 있으면 라면 끓여 먹을까?"
반찬 걱정할 저를 위해 하는 말입니다.
라면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저 역시도 라면을 잘 먹지 않아
집에는 라면이 없습니다.
"방금 밥 했는데. 있는 반찬에 밥 먹자"
"그럼 나야 고맙지"
텃밭에서 기른 오이며 고추.
며칠 전 딸 주려고 만들어 놓은 강된장에
호박잎 쌈을 곁들이고
깻잎 김치에 싸서 먹었습니다.
"요 근래 가장 많은 밥을 먹었다"
"나도 덕분에 배고팠는데 혼자 안 먹고 함께 먹어 좋네"
새로 한 반찬은 아니지만
밥 한 공기 뚝딱 먹어 준 언니를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손이 큰 저는 항상 밥을 많이 담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종갓집 며느리로 28년을 살아서 그런지
손도 커졌습니다.
최대한 줄여서 뜬 밥인데도 많았나 봅니다.
잠깐 점심 식사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이 있어 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언니가 가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 보니
오랜만에 언니와의 식사로
예전 생각이 났나 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하고
부담 없이 지내던 시절이 먼 옛날 같습니다.
코로나로 그런 일상이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이제 나이들을 먹다 보니
각자의 사생활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십이 되고
자발적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다 보니
관계는 더 멀어집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어
편안함을 느끼다가도
때로는 시끌벅적한 인간관계가 그립고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먹는 정이 좋습니다.
블로그에도 제 책을 읽고 방문해 주신
이웃과 독자들이 계십니다.
그때그때 안부 글, 답장 글을 남겨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지내는 일상입니다.
언제부턴가 노안이 온 저는
가까운 곳에 작은 글씨를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당연히 블로그 글이나 브런치 글을 보는 것이
불편해졌습니다.
당연히 핸드폰도 멀어졌습니다.
그러니 이웃들과 소통도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됩니다.
저와의 약속이니
글을 쓰는 시간과
책을 읽는 시간은
돋보기를 끼고 작업을 하지만
그 외에는 잘 보지 못하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블로그를 쓰는 처음과 달리
적극적인 소통을 하지 않아
지금은 방문하는 이웃도 많이 없습니다.
가끔은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이게 맞나?"
"블로그나 브런치는 글이라는 매개체로 소통이 기본인데"
블로그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통하고
함께하는 이웃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요즘 저의 일상에서 블로그 이웃과의 관계도
하나의 고민으로 들어온 것 보면
저에게 블로그나 브런치라는 글을 쓰는 공간이
소중한 것은 맞나 봅니다.
인간관계에 적응도 늦고
노안으로 일상의 어려움을 느끼는 요즘.
저의 일상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근처 왔다가 생각나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할 수 있는 언니처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아도
마음 한 편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