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창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다. 이 상쾌한 아침을 언제 느껴 봤는지. 오늘의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눈이 시리다. 바람이 눈알에 부딪히며 시큰거려 눈물이 날 정도다.
나의 서재에 책상은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먼 곳을 응시하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좋다.
요 며칠 열대야에 새벽까지도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잤다.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기상 루틴을 끝내고 밤새 돌아가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바람이 분다.
긍정적인 마음이면 '아 상쾌한 바람이 부네'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을 텐데. '뭐야 이것도 모르고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잔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 보면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흉내 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외부에 나가 햇볕에 노출되면 여전히 뜨겁고 더운 날이겠지만 아침 책상에 앉아 맞는 바람의 온도는 아직까지 최적이다.
작은 날씨 변화에도 이렇게 기분이 바뀌고 일상의 익숙함에 별일 아닌 것에도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지나고 보면 다 별일 아닌 것들에 감정이 반응하기도 하고 매일 누리던 일상의 평온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서툴고 헤매게 된다.
어제는 별안간 잘 사용하던 노트북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것도 영문도 모르게 함께 사용하던 마우스며 키보드도 고장이 났다. 전날까지 사용하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고장 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갑자기 내 전자제품들이 휴업 상태를 알리듯 반응을 하지 않아 배터리가 다 되었나 확인하고 다시 끼어도 묵묵부답이고 전원을 꼈다 켜도 소식이 없다.
예전에 딸들이 집에 있을 때는 가끔 이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아 해결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일이 생기면 식은땀부터 난다.
익숙해진 것들에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기대고 사는지 이럴 때 한 번씩 느낀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것들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나에게 익숙해진 남편의 소중함.
늘 좋든 싫든 함께해 주는 가족들의 편안한 안정감.
지금 익숙하게 누리고 사는 주변의 환경과 나의 소유물들.
평소에는 고마운 줄 모르다가 어떤 일로 인해 부재하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느낀다. 그런 일상의 익숙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상황은 늘 변한다.
금방까지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도 이글거리는 햇볕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운 바람으로 바뀔 것이고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권태나 지겨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언제 바꿨는지, 어떻게 내게로 와서 쓰고 있는지도 모를 지금의 나의 익숙한 소유물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신제품에 환호하고 그것들을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나처럼 물건도 사람도 익숙한 것이 좋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매일 생각 없이 쓰던 노트북은 딸의 도움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마우스와 키보드는 다시 새로 구입했다. 어제 하루 종일 마우스와 키보드 없이 노트북을 사용하려니 이만저만 서툰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하루 종일 시간을 쓰게 만드는 불편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다. 지금처럼 AI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야 하건만 내 손에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결국 익숙해진 것도 처음의 새로움은 있었을 텐데.
특별하지 않는 반복되는 일상 속 익숙한 것들에 대해 어느 것은 익숙함을 버리고 살아야 새로운 변화를 꿈꾸지만 또 어느 것은 익숙함이 일상의 편안함을 주는 안정감이 느껴져 좋은 것 보면 우리의 삶은 늘 양면성을 가지고 살게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