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뭐였지 하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전화 통화를 하다가 계속 맴도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거 있잖아, 그거'라며 얼버무리기 일쑤다. 가끔 친정이나 시댁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올 때면, 은연중에 꺼내 사용하고 아무 생각 없이 놓고 온 휴대폰 때문에 말썽이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부모님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고서야 아차 한다. 휴대폰을 놓고 왔다는 걸 알고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일이 몇 번 반복이 되면 가족들은 걱정 아닌 화를 낸다. 가끔은 나 스스로 불안할 때도 있다.
"정신을 어디에 놓고 다니냐! 나이가 들수록 더 신경을 써야지!"
남편이 한마디 던진다.
"엄마. 한두 번도 아니고 잘 챙겨야지"
각자 한 마디씩 보태고 나면 나도 모르게 멋쩍어 나이 탓을 하게 된다.
"에구 나이 먹어서 그래. 알았어 신경 쓸게."' 너도 내 나이 돼봐'라며 은근슬쩍 넘긴다.
지금까지 나의 이런 건망증이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생각을 '어 그게 아니었어?'라고 생각 전환하게 한 책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의학 전문기자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다. 중년의 뇌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 복잡한 문제일지라도 쉽게 해결책을 찾아내며 패턴을 잘 인식하기 때문에 중년은 그 어떤 연령보다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뇌는 나이 들면서 더 훌륭해진다"가 이 책의 메시지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주저한다. 무기력해지고 나이가 들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 해도 "나이 들어서 그래. 우리 나이에 그러는 게 당연하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고 나디다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이 책은 중년의 뇌가 가장 뛰어나다고? 정말? 하고 나의 고정관념을 깨게 했다. 이 책을 오십 인 나이에 읽게 되어 감사하다. 이 나이에도 노력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데 뭣이 문젠가?
책에 내용은 현대 과학자들은 중년의 뇌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중년의 뇌는 더욱 긍정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잘 기억하며 중년의 뇌는 큰 그림을 잘 보며 더 쉽게 주제를 이해하고 더 잘 기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심리학자 셰리 월리스가 실시한 연구 결과는 인간의 뇌가 나이 들수록 인지 능력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시애틀 세로 연구소는 1956년부터 40년간 7년마다 6,000명을 대상으로 뇌 인지능력을 검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밝혀 냈다. 20~90세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남녀 참가자들 중에서 40세~65세 즉 중년의 뇌가 판단력, 어휘력, 직관, 통찰력에서 단연 최고의 수행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년의 뇌가 정보 처리 속도와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정확도 주의력 등에서 20대의 뇌보다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나 종합적인 사고 능력 차원에서는 '뇌의 전성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근육처럼 쓰지 않고 두면 금방 근육이 없어져 힘쓰기가 어렵듯, 뇌도 쓰지 않고 두면 뇌의 기능도 저하가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오십은 나이를 의식하게 되기도 하고 몸의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신체적 반응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언제부터인가 깜박깜박 기억력이 저하되어 방금 전에 두었던 물건을 찾기도 하고 말하려는 의도를 까먹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요점에서 보더라도 중년의 뇌는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고 이끌어가는 능력, 핵심 파악 능력, 위기 대처 능력은 가장 뛰어난 시기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고, 몸의 신체 변화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어찌 보면 중년의 나이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십이 되고 나는 책을 읽는다. 그동안은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며 읽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의 우선순위에 책 읽기가 있다. 책은 그동안 나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을 토대로 더 깊이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20년 전 읽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오십이 되고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누렇게 변한 책이 세월을 말해준다. 요즘 20년 개정판으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새로 출판되어 나온 것을 보면서 세월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느낀 한 가지는 사람마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과 사고가 다르듯 똑같은 책인데도 20대에 읽었던 느낌과 50대에 읽는 느낌, 감정 사고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래서 인생에는 연륜이 필요하구나 싶다. 지금에 사고로 이 책을 20대에 읽었다면 분명 나는 또 다른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보통 40세에서 65세를 중년의 시기로 보고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에 어찌 보면 중년의 인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요즘 봐도 중년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요즘 책 트렌드도 중년의 나이가 들어간 40 키워드나 50 키워드가 들어간 책들이 많이 발간되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사회적 현상과 이슈 때문이 아닐까?
나이 탓만 하고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일관하기에는 중년의 뇌가 가장 훌륭하다는 논리에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중년의 뇌가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저절로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 얼마나 뇌를 잘 썼느냐가 중년의 뇌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년의 뇌 기능 또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책을 인용하는 이유는 많은 중년의 주부들이 나처럼 나이 탓만 하며 자신의 뇌를 방치하기보다는 중년의 장점을 발휘해 어떻게든 똑똑한 뇌를 쓰며,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중년은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하프타임이다'라는 글을 봤다. 전반전만큼이나 긴 인생의 후반전을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지금의 중년의 시기를 잘 보내야 한다. 100세 시대 중년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어떻게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