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다 보면 불편한 것이 하나 있다. 눈이 침침하고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오십 인 나에게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돌아갈 거냐고 물으면 나는 노라고 말하면서도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눈이다. 오십이 넘어지니 다양한 증상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겪지만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노안이다.
나는 눈이 엄청 좋은 사람이다. 시력검사를 하면 1.5는 기본이고 어느 때는 2.0까지 나올 때도 있었다.
뭐 보이는 수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시력은 항상 좋았다. 지금 역시도 멀리 있는 것은 너무 잘 보인다.
오십이 되기까지 눈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었기에 갑자기 찾아온 노안은 나의 최대 어려움이다. 그렇다고 눈이 나쁘면 안경을 맞춰 쓰거나 라식수술을 고려해 볼 텐데 지금도 멀리 보이는 것들은 너무 잘 보이기에 그런 것들은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젊고 눈이 좋을 때는 책을 읽지 않다가 노안이 온 지금 책을 너무 열심히 읽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읽을 때는 돋보기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나에게 다초점 안경을 추천해 주는 많은 주변 사람들이 있어 안경을 맞춰봤지만 어지럽고 불편해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돋보기를 쓰고 있다. 평소에 눈이 너무 좋으니 계속 안경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 일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나 중요한 문서 볼 때 외에는 돋보기도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렇게 노안이 오고 안경도 3개나 맞췄다.
몇 년 전 지인인 언니들이 지금의 내 나이에 노안이 와서 핸드폰을 멀리 내려보고 돋보기를 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웃겨 보였다. 나이는 먹었어도 동안인 언니들이 겉모습은 젊은데 돋보기를 끼고 글을 보는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워 '아고 우리 언니들 모습은 젊은데 눈이 그래서 어째'라며 웃은 적이 있다.
남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 그러겠지. 나한테는 저런 일들은 안 오겠지. 그때는 실감하지 못한 일들이 지금 나에게 너무 당연한 모습으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며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언제부터인가 휴대전화 글씨 크기를 확대하고 작은 글씨가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여러 어려움을 동반한다. 오래 보면 눈이 침침하기도 하고 피로도 빨리 온다. 돋보기가 없으면 흐려서 잘 안 보이니 돋보기 없이는 스마트폰도 책도 그리고 작은 글씨들도 볼 수 없다. 그런 나를 보고 딸들은 '엄마 뭐야 할머니 같아. 안경을 코에 걸지 말고 바로 써요'라고 하는데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이다.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그것에 대해 어려움을 다 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저 아는 척할 뿐 모른다에 한 표다. 돋보기안경을 쓰면서 왜 코밑까지 내려서 보는지 해보니까 알 것 같다. 겉보기에 젊은 사람이 할머니처럼 안경을 내려쓰는 게 남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처럼 보여도 하는 사람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다.
한 번도 눈에 대해 불편함이 없다가 요즘 아쉬운 것은 눈 좋을 때는 안 보다가 뒤늦게 하는 독서다. 눈이 침침해져 책을 보는 것이 불편한데도 이렇게 읽고 싶은 건 또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볼 때면 젊고 눈 좋을 때 어려움 없이 더 많은 책을 봤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다.
최근 기사에 요즘은 30대 후반에 시작되는 젊은 노안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디지털 기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런 현상들이 빈번해지고 있고 여기에 불균형한 식습관과 스트레스, 음주, 흡연도 가속 노화를 일으켜 노안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딸들이 불을 다 꺼 놓고 어두운 곳에서 핸드폰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잔소리를 한마디씩 해주고 싶지만 꾹 참는다. 나 역시 불편하지 않고 좋을 때는 그것의 소중함도, 잘 관리해야 하는지도 모르지 않았던가. 그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책을 더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뒤늦게 읽기 시작한 책 읽기 매력에 빠져 요즘에는 돋보기 쓰는 게 일상이 되었다. 독서가 주는 효과는 엄청나다. 전에 느끼지 못한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 일이 없어도 뭔가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다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할 일이 있어도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삶의 변화를 느낀다. 지금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한 권을 다 읽어 나간다는 게 힘든 일이었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지금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책을 읽다가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분명 무엇을 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지만 좋은 시기는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나를 성장시키는 책을 읽고 사고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여러 이웃들을 만난다. 특히 블로그라는 특성상 글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웃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책의 깊이나 이력이 꽤 높은 이웃들이 있다. 그 이웃의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나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나에게 도움 주는 책을 꾸준히 읽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가 주는 효과는 모두 다를 것이다. 각자 지식의 깊이와 지혜의 넓음이 모두 같을 수 없고 똑같은 책을 읽고도 어떤 이에게는 좋은 책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그런 책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자신에게 필요하고 도움 되는 책을 읽으면 그만인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주는 책을 읽어보자.
분명 돋보기를 끼고라고 읽으려는 무언가의 가치를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소크라테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