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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소중하고 귀한 인연

by 말상믿


9월의 마지막 날.

친구와 공장 뒤 야산에 밤을 주우러 다녀왔습니다. 오전 9시에 만나 오전 내내 밤을 줍고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오니 오후 4시입니다.


오늘 함께 간 친구는 저의 단짝 친구입니다. 오랜 세월 옆에서 함께해 준 친구입니다. 벌써 23년째이니 그 세월이 참으로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어제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다가 남편이 하는 말에 잠시 잊고 있었던 고마운 마음을 새겨봅니다.


"당신은 참 좋겠다. 그런 친구가 옆에 있어서"

"평일에 그것도 갑자기 내일 밤 주우러 가자고 하는데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OK 하는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지. 나하고 잘 맞는 친구가 옆에 있으니 좋지"


지나가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은 했지만 남편의 말에 친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친구는 한 번도 나에게 무엇을 먼저 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 친구와는 모두 내가 무엇을 하자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보통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함께해 주는 친구입니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도, 산에 갈 때도, 하물며 오늘처럼 밤을 줍거나 봄에 쑥 캐서 떡 해 먹자고 하는 것도 모두 저의 제안입니다. 수영을 시작한 것도, 자전거를 함께 타는 것도, 마라톤을 뛰는 것도 생각해 보니 모두 시작은 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함께한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그 친구도 나도 그냥 옆에서 단짝처럼 함께 있었구나 생각하니 그 세월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나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가 서운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한 번도 어디를 먼저 가자 거나 무엇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지 않은 친구라 이 친구와의 우정이 어디까지일까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지금 편하고, 곁에 있고, 함께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23년 함께 해온 세월에 있는 그대로의 그 친구가 편하고 좋습니다.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많은 인연들이 시절 인연처럼 잊히기도 하고 좋은 감정이 어떤 일로 인해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입니다.


무엇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그저 오늘이 좋고 마음 편하고 감사하면 그 이상 좋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들은 자꾸 멀어집니다. 예전에 정말 친했던 친구들도 사이가 소원해지고 연락도 뜸해지면서 만나기도 어려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말대로 갑자기 연락해도 늘 함께해 준 친구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드라이브를 하면서 어제 남편과의 대화를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너는 나한테 뭘 하자고 먼저 얘기한 적이 없더라"

"너 알고 있었어?"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남편 말 듣고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그런가. 성격이 다른 거지"

"나는 소극적인 반면 너는 적극적인 거지."

"그런데 난 좋아."

"나 같은 성격은 너 같은 친구가 끌어주니까 좋아"

"그러니까 안 할 것도 한 번 더 하게 되고."

"네가 하자고 하는 것들이 싫었으면 내가 지금 네 옆에 있겠니."

"나도 싫은 사람이 뭘 하자고 하면 싫어."


많은 것을 나에게 맞춰 준 친구가 어찌 보면 30년을 함께 산 남편처럼 편하디 편해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다 남편의 말에 다시 한번 소중한 인연을 마음에 되새겨 봅니다.


가까운 곳에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취미며 특기도 비슷하고 만나면 편하고 좋은, 나하고 정말 잘 맞는 친구가 있어 좋습니다.


먼저 어떤 것을 하자고 제안을 하지는 않지만, 내가 제안했을 때 흔쾌히 함께하며 즐거워하고 즐기는 친구가 있어 많은 친구가 부럽지 않습니다.


풍요로운 계절. 친구와 함께하는 가을이라 마음도 더 풍요로워집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좋은 친구가 있는 마음 부자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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