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하는 복근 운동과 확언을 끝내고 일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좀 더 여유를 부리며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어제저녁부터 내린 비는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을비가 대지를 적시고 날은 잔뜩 흐리다. 어제는 전형적인 가을날을 느끼게 해 주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회색빛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예전에는 이런 날을 참 싫어했는데 마라톤을 뛰다 보니 이런 날도 좋다. 그러니 날씨는 상황에 따라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날도 좋고 저런 날도 좋다고 생각하면 매일이 좋은 날이다. 꼭 날씨가 좋아야 좋은 건 아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건강함에 감사하다 보면 안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오늘이 생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산다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질 것이다. 뭐든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영원히 살 것 같이 살아도 인생은 한순간에 끝이 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삶을 바라보면 흐린 날은 흐려서 좋고 맑은 날은 맑아서 좋다.
자연섭리에 둔감하지 않되, 날씨에 너무 민감하지 말자. 그 모든 것은 삶에 일부분일 뿐.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하루를 살면 어느 때 죽음이 온다고 해도 잘 살다가 간다고 말할 수 있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어제는 오랜만에 라이딩을 했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피드를 즐기고 얼굴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이 좋다. 온몸에 전해지는 전율이 짜릿하다.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땀도 나고 무엇보다 속도감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다.
마라톤을 뛸 때는 그런 생각보다는 오늘 뛸 목표만을 생각하고 뛴다면 자전거는 풍경을 느끼고 속도를 즐기고 타는 행위가 즐겁다. 달리기는 다 뛴 다음에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면 자전거는 순간순간 과정을 즐기게 된다.
무엇이 더 좋다 안 좋다 말하는 것보다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둘 중 나는 자전거 라이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기분은 최고다.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여름 내내 한 번도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 자전거를 타니 그 기분이 더한 것 같다. 가을은 자전거를 타기에도 마라톤을 뛰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아침 경주 세계 마라톤 대회를 보느라 오전 내내 소파에 앉아 시청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을 이기고 우승한 아일랜드 선수가 2km쯤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풀코스 42km를 완주할 때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달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나 역시 풀코스를 뛴 지 얼마 되지 않아 30km 이후부터는 얼마 전 뛰면서 느끼는 감정, 힘듦, 자신과의 싸움이 어떤 건지를 느끼면서 시청을 했다.
아일랜드 선수는 이번 대회가 2번째 도전이라고 했다. 두 번째 도전에 자신의 신기록을 내고 우승을 차지했으니 얼마나 기쁠까? 보고 있는 나도 골인 지점에서 울컥했다. 오늘 경주 날씨는 마라톤 뛰기 최적인 날이다. 30km 부분에서는 살짝 비도 내려 땀을 식혀주기도 하니 풀코스를 뛰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 흐린 날이든 비가 오는 날이든 상황에 따라 날씨는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굳이 날씨로 기분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사실 나주 풀 마라톤을 뛰면서 몇 번이고 생각했다. 이렇게 극한 도전을 왜 하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렇게 힘들게 뛰지 않고 집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마라톤인지, 그것도 풀코스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지 뛰는 내내 생각했다. 거기다 나이도 있는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오늘 경주 마라톤 대회를 다시 보니 또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정도면 마라톤도 힘이 들어서 그렇지 즐기고 있다고 해야 맞다.
나주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며 다시는 마라톤 풀코스를 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마음은 또 왜 생기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도전을 향한 들끓는 어떤 것이 있나 보다. 뭐가 됐든 한동안은 마라톤 풀코스는 뛰지 않을 것 같다. 가까운 거리를 뛰는 것은 좋지만 너무 극한 체력의 한계를 느껴야 하는 풀 마라톤은 다시 도전하는데 어떤 동기가 충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말이 내게 특별한 시간이 아닌데도 주말이 되면 조금씩 마음이 해이해진다. 늦잠을 자고 쉼을 느끼고 싶고 무언가 색다른 것을 하고 싶어진다. 일주일의 시간 중 주말이라고 특별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주말이 있는 지도 모른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한 번씩 쉬어가며 휴식하라고.
아침에 내리던 비는 이제 그쳤다.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에 흐리고 회색빛을 띤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한 너무 예쁜 가을날이면 더 좋았겠지만, 흐린 날도 좋다. 잠시 여유가 느껴지는 주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