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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텼더니 좋은 결과가 있다"라는 인터뷰를 듣고

by 말상믿


아침 텔레비전에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버텼더니 좋은 결과가 있다"라고 말하는 인터뷰에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안세영은 배드민턴 선수다. 그녀가 선수로 인정받고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하고 훈련해도 어려운데 협회의 문제까지 감당해야 했던 안세영 선수는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버텼다는 말이 와닿을 수밖에 없다.



버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을 하고 싶어서 했던 억지로 시작했던 하다 보면 어려운 일은 늘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버틸 때까지 버텼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려움에 봉착하면 버티는 걸 힘들어하고 두려워한다. 어디까지 버텨야 버텼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가진 역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느끼는 어려움도 다 다를 것이다. 버텼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버틸 만큼 버티다가 힘들면 그만두어도 버틴 것은 맞으니까. 그러나 인정은 다르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은 단순히 버티는 것만이 아니라 버티고 그 버틴 것을 이겨 어떤 결과까지 내야 진정으로 버텼다고 인정해 주는 것 같다.



뭐가 됐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도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기 전에 그만 두기 때문이다. 결국 삶은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일까?



나는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은 많아도 오랫동안 한 것은 없다. 대부분 2~3년 동안 열의를 보이며 관심을 갖다가 3~5년 정도가 되면 그만두고 다른 걸 했다. 물론 하는 내내 나는 어떤 일이든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도 뭐가 문제였는지 일정 시기가 되면 그만두고 다른 걸 하고 싶어졌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빨리 열정이 식어 다른 곳으로 향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때그때마다 나는 잘하는 편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있었다. 더 잘하고 싶어 노력은 하지만 더 잘하기 전에 그만두는 일이 허다했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바지만 나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내가 그만둘 때 그곳에 오래 남아 있었다. 지금은 그 계통에 훨씬 전문가가 되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매번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이 오십이 되었다. 그때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래 꾸준히 남아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실감한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열정을 부려 욕심을 내다보면 그런 열정은 빨리 식고 지레 포기하기 쉽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보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잘하게 되는 것이다.



초반의 운과 인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곧 자만해지고 자신의 실력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래서 초반에 성공 가도를 보이는 연예인이나 사업가들이 몇 년 못가 망하는 사례가 여럿 있지 않은가.



자신의 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은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지켜내고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떠나지 않은 한 반드시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어디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그렇게 노력하다가 이게 아니야 하고 떠났는데 바로 1m만 더 파면 금광이 나오는데 포기했다는 얘기가 있다. 바로 앞의 성공을 못 보고 더 이상은 못 버틴다고 생각하고 떠났는데 바로 코앞에 성공할 수 있는 금광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막연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분명 10년의 세월이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를 생각해 보면 나는 10년 동안 한 가지를 해온 것이 없다. 늘 어떤 것을 시작하고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열정을 쏟으며 3년 정도를 하다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됐다 싶은 마음인지 쉽게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자동차 보험영업도 3년 동안 열심히 했다. 어린 나이에 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팀장을 하기에는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 느꼈던 것이다. 30대 초반이었으니 20년이 흐른 지금 그때 내가 팀장을 맡을 때 팀원이었던 그분은 여전히 지금도 보험영업을 하고 계신다. 매번 이런 식이다. 할 때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승진을 하기도 하고 인정을 받기도 하지만 하는 도중 어떤 어려움이 봉착하면 나의 역량은 여기 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자기 계발에 온 열정을 쏟으며 시간을 보내는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시작한 것이 2022년 12월이다. 이제 두 달만 있으면 3년째가 된다.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3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또 있을까.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의 정체된 듯한 상황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맞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느낀다. 처음에는 이렇게 뛰어서 언제 목적지에 도달할까 싶지만 한 발 한 발 뛰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있다. 처음 뛸 때는 온몸이 경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발이 무거워 지금 뛰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뛰다 보면 조금씩 몸이 풀리고 어느 정도 뛰다 보면 기계적으로 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뭐든 오랫동안 한 가지를 해오지 못한 나를 이제는 버리고 싶다. 예전에는 나 아닌 타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다면 이제는 나 스스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핑계를 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핑계마저도 자신의 몫이다.



좋아서 시작했던 필요해서 시작했던 시작 해서 3년을 버텼다면 10년을 버틸 수 있는 저력은 반드시 있다. 안세영 선수의 "버텼더니 좋은 결과가 있다"라는 말은 최소 10년은 버텨야 버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매번 운동선수들처럼 최고 기록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일상에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데 10년의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한 끈기를 이번에는 발휘해 보자.



매일 책 읽고 글 쓰고 운동하고 기록하는 나의 성장을 위한 행동은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도 10년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나는 어떤 것도 끈기 있게 해낼 수 없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뒤 나는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 운동, 그리고 그것들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그런 10년 후의 나의 일상을 기대해 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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