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신다. 창 문틀로 간신히 해를 가려본다. 나는 책상에 앉아 풍경 보는 것을 좋아해 책상을 창문 앞에 배치했다. 책상에 앉아 창문을 열면 바람과 햇빛, 아침 기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창문을 통해 느껴지는 날씨는 다시 싸늘해졌다. 자면서 느끼지 못한 한기가 아침에 일어나고 이불을 걷어차니 느껴진다.
어젯밤 춥게 잔 건 아닌데 아침부터 코에서 콧물이 흐른다. 특별한 감기 증상은 없는데 가만히 있어도 콧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살짝 감기가 오려는 모양이다. 추워진 날씨에 몸도 금방 반응하나 보다. 운동을 하고부터는 감기가 와도 예전처럼 심한 증상은 없다. 운동의 효과다.
며칠 동안 몸에 작은 결림이 있었다. 운동을 과하게 한 것도 아닌데 이 결림이 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추운 계절이 오면 그동안 괜찮았던 몸이 조금씩 신호를 보낸다. 날씨 탓에 몸이 움츠려 들면 혈액순환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평소에는 증상이 없던 오른쪽 발에도 살짝씩 저림 증상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지만 몸이 주는 신호에는 민감하게 알아차리려고 한다.
날씨가 추우면 운동도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 오늘 마라톤도 나가지 않았다. 추운 날 살짝 감기 기운까지 있는데 억지로 나갔다가 감기가 더 심해질까 사전에 주의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날 꼭 마라톤을 뛰지 않아도 할 운동은 많다. 이래서 다양하게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만 하다 보면 날씨 탓, 기분 탓, 상황 탓, 탓할 게 많은데 다양한 운동을 하다 보면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맞춰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탓을 하며 운동을 거르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 아침처럼 날이 추운 날은 마라톤보다는 헬스장을 가거나 집에서 홈트를 즐기고 날이 좀 풀려 기분 좋게 뛸 수 있는 날은 마라톤을 뛴다.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에 날씨가 죽여주게 좋은 날은 자전거를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얼마 전 수영장 등록까지 마쳤으니 운동은 더 다양해졌다. 물론 나는 운동을 막 배우는 초보 입장은 아니니 가능한 일이다. 운동도 자신의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이 좋다. 이 운동 저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집중이 안 되고 힘만 들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 그 운동이 자신의 몸에 편안해질 때까지는 한 가지 운동에 집중하고 편안해진 다음에 여러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운동을 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운동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고 체력이 늘어나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할 때가 있다. 몸은 계속 말을 하고 있는데 애써 무시하며 괜찮다고 이제 나는 예전에 내가 아니라고 자만하게 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게 된다. 하나 하고 나면 하나가 반복이 되던지 둘을 해야 하는데 둘을 건너뛰고 셋으로 가려고 한다. 이것은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또 나처럼 어느 정도 운동으로 효과를 보고 난 사람들도 운동에 욕심을 부린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나은 기록을 원하게 된다.
어찌 보면 마라톤 10킬로만 뛰어도 대단한 체력인데도 불구하고 풀코스가 뛰고 싶고 풀코스를 뛰고 나면 기록을 더 올리고 싶어지는 것은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처음 시작은 작게 하라고 무엇이든 작게 시작해야 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작게 시작해 크게 욕심을 부려 화근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욕심이 생겼다.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던 날은 두 번 다시 풀코스를 뛰나 봐라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나는 내년 풀코스 마라톤 대회 일정을 찾아보고 그것도 모자라 철인 3종 경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너 참 대단하다. 와. 멋져" 이런 말이 나를 자극했을까?
건강을 위한 운동이었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은 50대를 보내는 게 목표였다. 건강한 체력으로 누구나 올 수 있는 갱년기를 잘 보내고 싶었다. 우울해진 마음을 활기차게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나의 좋아진 체력을 믿고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된다. 지금까지 운동하며 어떤 곳의 통증보다는 기분 좋음이었다. 건강해진 내가 좋았고 체력이 좋아져 활기찬 내가 좋았다.
그런데 욕심을 부리고 난 뒤부터는 운동이 즐겁지가 않았다. 풀코스를 뛸 때도 자신을 이기고 싶은 도전에 가슴이 뛰었지만, 막상 다 뛰고 난 뒤에는 성취감과 함께 허무함도 남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운동을 하는가?
대단하다. 멋있네라는 주변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마음이 즐겁지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운동하고 기분이 좋아 상쾌했다. 근력운동만으로도 몸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구나를 느끼며 기뻤다. 그리고 좋아진 몸에 감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정도 운동으로 양이 차지 않다고 생각해 자꾸만 욕심을 부리는 나를 본다.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늘 자신의 역량보다 더한 욕심을 부리면 끝이 좋지 않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만 같으면 욕심도 자만도 없을 텐데 자신의 변화가 쓸데없는 욕심 그릇을 채우려고 한다.
그럼에도 그걸 알아차리고 느끼면 다행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도전은 늘 멋지고 황홀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과한 도전은 도전의 기쁨과 환희보다 좌절과 상실감을 준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작게 천천히 몸을 아끼며 체력을 키우자.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중년의 나이에 아프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은가. 나아갈 때가 있으면 머무를 때도 있는 법. 계속 나아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만, 머무르며 쉼을 가지고 자신을 돌보는 일도 충분히 괜찮다.
중년의 나이일수록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민감해져야 한다. 자신의 건강에 자만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체력을 믿고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도 문제다.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바로 병원을 찾으며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통증을 없애려고 노력하던 때가 있었다. 결국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매번 주사에 통증 치료를 했다. 결국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건강은 유지되지 못했다. 지금은 운동으로 일상에 건강을 회복하며 이제는 욕심을 부리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자.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꾸준히 하되 몸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나이에 운동은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요. 욕심을 내서 기록을 내기 위함도 아니다. 건강하고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건강하게 즐겁게 체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그것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