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 공장에 알바 오기로 하신 분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오지 않아 급하게 일을 도와주러 다녀왔습니다. 작은 딸은 유통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공장 포장 작업에 필요한 구인을 알바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당근을 통해 알바를 구하고 쉽게 구해지는 반면 또 쉽게 노쇼가 난다고 합니다. 하루 이틀 전 약속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하고 아침에 아플 수도 있고 또 마음이 바뀌어 일이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전에 연락을 주어 약속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연락도 주지 않고 당일 아침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가 됐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친구와 약속을 하고 기분이 상해 더 이상 이 친구와는 깊은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는 저의 상한 기분을 표현하지 않고 알았다고 했지만 이후 관계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약속은 한 달 전에 했습니다. 자주 연락하고 지냈던 친구가 아니라 약속을 잡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계속되는 친구의 전화에 약속을 잡고 그것도 친구가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하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일 아침 시간이 다 되었는데 친구가 오지 않아 전화를 했습니다. 급하게 전화를 받더니 교회 모임에 함께 하는 분이 병원에 입원해 다른 분들과 문병을 가야 해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는데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한 달 전 약속, 그것도 친구가 먼저 제안해서 잡은 약속을 당일 아침 아무리 급한 약속이 생겼다 하더라도 미리 사전에 연락을 줄 수는 없었을까? 다른 분들과 꼭 함께 문병을 가야 했을까? 이 친구에게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이 친구는 약속이 중요하지 않는 사람인가?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화가 났습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 말도 기억이 났습니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는 친구를 닮는다는 게 어느 정도는 통용되는 얘기입니다. '이런 친구가 내 친구라고' 전화를 끊고 했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이 친구는 중학교 때 친구고 사회생활하면서는 자주 연락도 하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우연히 제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해서 가끔 먼저 전화를 주면 예전 친하게 지냈던 때를 생각해 통화를 했던 친구였기에 마음에 상처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저는 더 이상 이 친구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우리 집까지 오는 친구이니 사전에 약속 장소를 물색하고 예약까지 했습니다. 토요일 점심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항상 만석인 식당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일 약속이 취소되면서 약속을 위해 마음 썼던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그 친구는 미안해하며 급하게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며 다음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 이후 여러 번 전화가 와서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저는 약속을 잡지 않았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불가피하게 어떤 일이 생겨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약속은 중요합니다.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하지 않는 것이 먼저고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면 미리 연락을 주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요?
사소한 약속도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인 만큼 어떤 약속도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작은 딸 공장에 알바로 오기로 한 분이 약속해 놓고 연락도 없이 안 오는 바람에 급하게 일손이 필요해 나가서 일을 도와주면서 약속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쉽게 약속을 깨고,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쉽게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조만간 연락할게"
"연말에 한 번 봐야지"
모두 지나가는 말로 쉽게 약속을 남발합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앞으로의 약속을 남발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정확한 날이 아니면 약속을 하지도 않습니다.
약속하고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약속 당일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락이 두절되기도 하고 쉽게 약속을 취소 통보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약속도 습관입니다. 잘 지키려는 노력이 약속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느끼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가지게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