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어둠이 걷히기 전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까망이와 산책을 다녀왔다. 춥지 않은 날씨에 까망이가 옆에 있어서 어둠이 무섭지 않았다. 까망이는 작은딸이 임보 중인 진돗개 믹스견이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몇 년을 키운 반려견처럼 사랑스럽다.
까망이가 작은 딸 집에 임보로 온 것은 3주 전이다. 3주 동안 나랑 만난 것도 4번이 다다. 그런데도 까망이는 마치 1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주인처럼 잘 따른다. 아직 새로운 사람과의 유대 관대가 다 형성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도 까망이는 친화력으로 보면 갑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따르는 것도 아니다.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는 짓고 경계를 했다. 그런데 나와의 만남은 꼬리를 흔들고 작은딸이 안아라고 하면 금방 품에 와서 안기기까지 한다.
몇 번의 만남으로 지금은 남편을 보면 짓지 않지만 여전히 까망이는 남자들을 보면 경계를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경계를 놓지 않는다. 물론 산책할 때나 밖이 아닌 자신의 자리에 왔을 때 짓고 주인이 '괜찮아'라고 하면 금방 경계를 푼다.
그런 까망이가 작은딸 약속으로 집에 와서 하룻밤을 함께 잤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 낯설어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까망이는 늦은 밤 놀잇감으로 정신없이 놀다가 내가 피곤해 침대에 들어가니 밤새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자기 집에서 자고 일어났다. 어쩌면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가 있을까? 작은딸과는 침대에서 함께 잔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 올라오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것 보면 눈치도 있는 것 같다.
까망이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다. 어떤 주인에게서 안정되게 컸길래 저렇게 착하게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 교육이 잘 되어 있는 아이다.
작은 딸의 말에 의하면 까망이는 보호소에 있던 아이였다고 한다. 처음 주인에게 버려져 지금 주인에게 왔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까망이 주인은 해외출장으로 3개월 임보를 맡긴 상태다. 처음 작은 딸이 임보를 하게 되었다며 까망이를 보여주었을 때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짧은 시간 까망이와 정이 들 것 같다. 작은 딸 역시도 까망이에게 푹 빠져 있는 모습이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3주밖에 안된 까망이가 10년은 키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까망이는 완벽하게 적응 중이다. 아니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까망이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까망이 배변활동을 위해 준비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까망이는 순하다고 고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확실히 가려고 하고 하기 싫으면 까만 눈동자로 끝까지 쳐다보며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다. 그렇게 순하게 '엎드려', '앉아', '기다려', '안아줘', '뒤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적재적소에 맞춰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또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4번의 만남과 한 번의 동침이 까망이를 이렇게 예뻐하게 되었는데 작은 딸은 어떨까? 벌써부터 까망이를 보내야 하는 날을 생각하면 슬플 것 같다는 말이 동감이 되니 정이 참 무섭다.
꼭 2년 전 12월 31일에 18년 키웠던 말티즈 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참 예쁜 아이였다.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 않았던 아이. 별이를 보내고 한동안 나는 다른 반려견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낼 때의 마음이 너무 크고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나서 앞으로는 키우지 말자 했었다. 그런데 작은 딸이 임보로 데리고 온 까망이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별이와의 만남도 작은 딸로 시작되었다. 작은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1년 동안 벼르고 벼른 탓에 데리고 온 아이다.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날 어떤 축하할 날이 와도 작은딸은 강아지를 선물로 사달라고 하며 다른 선물은 필요 없다고 했다. 깔끔 떨고 털 날리는 것도 싫은 나는 1년을 반대하다 결국 작은 딸에게 졌다. 그러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가 없나 보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18년을 키운 별이는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별이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회상한다.
남편 공장에는 반려견 탄이가 있다. 진돗개 블랙탄이다. 탄이도 우리에게 온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탄이는 남편의 사랑이 각별하다. 공장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탄이 역시도 유별나게 주인을 따른다.
공장에 낮 동안 사람들이 북적거리다가 다 퇴근하고 나면 혼자 공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더 잘 챙기는 것 같다. 주말에도 탄이를 챙기느라 출근하는 남편이다. 물론 탄이 때문이 아니라 할 일이 있어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탄이에게 남편과 함께 하던 주말을 뺏긴 것이 아닌가 싶다.
탄이는 까망이에 비해 자유로운 영혼이다. 공장에서 키워서 그런지 탄이는 독립적이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을 만끽하고 공장을 지키는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탄이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견생을 보내고 있다. 밤새 쥐를 잡아놓기도 하고 봄이면 배수로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 놀기도 하며 화단에 핀 메리골드 꽃에 있는 사마귀와 씨름을 할 때도 있다. 겨울 눈이 내리면 공장 마당에서 미친 듯이 혼자 뛰어놀기도 하고 몸을 바닥에 비비고 혼자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탄이는 나름대로 행복한 견생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견 천만 시대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만 보더라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생활이 자연스러워졌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그들에게서 얻는 정서적 유대관계도 특별해졌다. 그런 것에 비해 아직도 동물을 학대하기도 하고 유기견들은 넘쳐나 보호소에서 죽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기다리고 있는 까망이를 보며 저렇게 예쁜 까망이가 보호소에 있었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그나마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견생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까망이가 앞으로도 쭉 행복했으면 좋겠다.
2년 전 보낸 별이도, 공장 자유로운 영혼 탄이도, 그리고 잠시 임보 중인 착한 까망이도 모두 모두 소중한 존재가 되어준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