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자연은 냉정하다

by 말상믿


주말 텃밭과 화단을 정리하며 든 생각입니다.

자연은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작년에 자연적으로 떨어진

메리골드 꽃씨가

올봄 화단에 가득 새순으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에 메리골드 꽃을 따서

꽃 차를 만든 경험에

수없이 올라온 꽃모종이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모종이 많아 공장 옆 빈터에도

모종을 솎아 심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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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모종들을 보며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많은 모종을 다 솎으면

그냥 버려야 하기에

새 생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둬야겠다 마음먹고 4개월이 흐른 지금

그 마음이 잘못된 판단임을 알았습니다.



화단에 가득 메운 메리골드 꽃은

올해 작년만큼 꽃이 활짝 피지도 못하고

키만 쭉 올라와 있습니다.

힘도 없고 꽃대도 많지 않아

꽃 수확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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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탓하기에 앞서

저의 무지를 탓해야겠지요.

자연은 그저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간은 연약하고 아프고 작은 것들에

보호본능을 느끼죠.

그래서 유아나 노인들을 더 배려하고

더 잘해주려고 하며

마음을 주며 인간애를 발휘합니다.


그런데 자연은

도태되는 것들은 가차 없이 말려 죽이거나

그들의 경쟁에서 밀리면 죽게 합니다.


메리골드 꽃밭에 올라온

꽃잎들이 무성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가

꽃을 따려고 하는데 꽃이 너무 작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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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강한 것은 살아남고

그 남은 것들은 이미

강한 것들의 그늘에 가려 말라죽거나

힘을 받지 못해

고사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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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마음으로

그만그만 한 것들이 서로 양보하며

잘 자라주기를 바라고

놔둔 것이 문제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잘 자라도록

튼튼한 몇 그루의 꽃모종들만

사이사이 두고 솎아 주었다면

더 좋은 꽃과 튼튼하게 자라

수형도 예쁘고

자기 몫을 톡톡히 했을 텐데

강하게 자라는 것들도

남은 꽃들의 영향으로

꽃도 크게 피우지 못하고

그나마 그들 중에 강하게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9월. 메리골드는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빛을 보지 못한

메리골드 꽃들을 모두 정리하고

그나마 강하고 튼실한 녀석들만 두고

화단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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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정리해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남은 시간 동안 잘 자랄 수 있도록

틈과 공간을 마련해 주고 나니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적으로 과일 농사를 짓는 분들은

이런 마음을 잘 아실 거 같아요.

크고 좋은 것은 살리고

작고 볼품없는 것들은 가차 없이

정리해 상품을 만드는 일.


그것이 자연의 순리에 맞게

잘 자라도록 하는 일인데

그저 함께 잘 자라주길 바라는

저의 마음이 결국은

자연의 순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다 아는 것도 내 것이 아니면

잘 모르거나

옳은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자연을 보면서 사색해 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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