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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숙명

by 허화

오늘도 이유를 모르는

삶이라는 선물을 부여받


수많은 즐거움과

수많은 괴로움을 일상으로 만노라면


어떤 날은 해소할 수 없는 고통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삶의 밥알을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깊이 모를 바닥까지 고통이 차오를 때

물레방아 물이 넘쳐 바퀴를 돌리듯

한 바퀴 돌아 비워내면


그쪽이 아니라고

가야 할 길은 그쪽에 있지 않다고

영혼이 몸부림친다.


얼마나 돌았을까?

얼마나 닳았을까?


한 구석 어질 때까지 돌고 나서야

괴로움을 흘리며 비움 이야기한다.


모든 생은

깨달아야 할 숙명을 지고 있다


안전이 결핍라 보호가 숙명이 된 자

가난이 결핍이라 돈이 숙명이 된 자

채움이 결핍이라 비움이 숙명이 된 자

결핍이 많아 깊이가 된 자


그 깊이를 담아낼 곳 없는 나는

글에다 나를 묻고


어떤 이의 결핍은

숙명을 앓으며 어딘가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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