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햄릿이 된다
사실 전 이런 음식 고르는 데는 선호가 분명한 편입니다. 짬뽕보다는 짜장, 피자보다는 치킨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혼자 먹을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먹게 돼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면 선택 장애를 일으키게 됩니다.
제가 진료를 받은 병원은 대학병원 두 곳과 세계 랭킹 순위가 높은 유명 병원 한 곳이었습니다. (더 유명하다는 한 곳은 초진 예약만 6개월 후로 잡혔으니 일단 제외하고) 3곳 모두에서 이 암 덩어리의 성질머리에 대한 판단 ‘아주 고약하고 공격적이다.’는 것은 같았고, 위치적으로 매우 곤란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도 공통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그것은 객관적 팩트인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대학병원 두 군데서는 이식이나, 절제술은 위험하다는 판단이었고, 대동맥 방사선 색전술이 리스크가 적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한 곳에서는 좀 더 정밀한 검사를 한 후에 수술이 가능한 지 검토하여 가능하면 수술을 하고, 불가능하면 색전술을 하자는 판단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경우의 수를 들어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선택의 기준을 생각합니다. 판단에는 합리적이며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므로, 어떤 경우가 나의 생명 연장에 유리한가, 혹은 어떤 방식이 이후 내가 살아가는데 용의 할 것인가. 터무니없이 어떤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생각들까지 머릿속은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가 됩니다. 바로 햄릿이 되는 순간입니다.
일단 소심한 저는 매사에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리스크를 줄이자는 쪽의 선택을 하는 편입니다. 간 이식이나 일부 간을 절제한다면, 일단 칼을 사용하여 몸을 가르고, 간을 잘라 내거나, 바꿔 넣는다는 건데, 얼핏 생각해도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그에 비해 방사선 색전술은 커다란 주사로 관을 삽입하여 진행한다니 훨씬 간소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또 조금 덜 아플 것도 같고, 회복도 빠르지 않을까. 생각이 한쪽으로 기우니 여러 가지 근거들이 막 떠올랐습니다. 전문 의사 선생님이 보시면 매우 우매한 판단 근거이겠으나, 어쨌든 선택은 제가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지요.
정원의 문제라면 잡초 몇 개 때문에 온 밭을 갈아엎을 수는 없지 않은가요. 조심스럽게 잡초를 뽑아내고, 추후 잡초가 또 생기나 열심히 살피다가 얼른얼른 뽑아내는 수밖에.
짜장이든 짬뽕이든, 피자든 치킨이든, 하나는 선택해야 하고, 선택하지 못한 선택지에 대한 아쉬움은 감당해야 해야지요.
그리하여 대동맥 방사선 색전술이라는 치료를 받게 된 것입니다.